메뉴 건너뛰기

close

제20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이틀째인 21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있는 임옥남(오른쪽)-림옥례 자매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다.
 제20차 이산가족상봉 1회차 이틀째인 21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 시간을 갖고 있는 임옥남(오른쪽)-림옥례 자매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60여 년을 애타게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난 남북 이산가족이 21일 이틀째 만남을 이어갔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오전 숙소인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지는 개별상봉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의 혈육에게 전달할 백두산들쭉술, 평양술 등 '공동선물'을 들고 숙소를 찾았다. 일부 가족은 '조선농토산물 선물세트'라고 적힌 상자와 개별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측 가족들은 주로 방한복과 내의, 생필품, 의약품 등을 선물로 건넸다. 일부 가족들은 준비해 온 현금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북측 할아버지 한 분은 금강산 호텔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으나, 곧 주변의 부축을 받고 다시 일어나 가족을 만나러 갔다.

남측 가족 389명과 북측 가족 141명의 비공개 개별상봉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끝났다. 개별상봉을 마친 가족들은 전날보다는 한층 서로가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북측 오빠 남철순(85)씨를 만난 남측 남순옥(80)씨는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은 더 편하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북에 사는 외삼촌 도흥규(85)씨를 만난 윤인수(59)씨는 "어제는 본인이 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사근사근 잘 얘기하시더라"며 "난 사진으로만 봤는데 외할머니와 모습이 똑같더라"고 전했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가족들은 60여 년의 기다림 끝에 허락된 짧은 상봉에 대한 아쉬움이 큰 듯했다.

도흥규씨의 또 다른 조카 이민희(54)씨는 "개별 상봉이 2시간밖에 없어 너무 아쉽다"며 "(1시간 뒤 공동중식이면) 그냥 여기 나와서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찍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면 좋겠다. 이렇게 다시 헤어졌다 봐야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북측 강영숙(82)씨의 사촌동생 강정구(81)씨는 "11시 30분(개별상봉 종료시간)이 돼서 안내하는 사람들이 나가라고 하니까 (북측 가족이) 바로 나가버렸다"고 말하며 "이런 상봉행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개성이나 이런 데 통해 서신교환이라도 수시로 될 수 있도록 해야지"라며 못내 아쉬워 했다.

개별상봉을 마친 남북의 가족들은 잠시 헤어졌다가 낮 12시30분부터 금강산호텔에서 단체로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점심 메뉴는 크림과자, 남새합성(야채모둠), 배추통김치, 색찰떡, 닭편구이, 청포종합랭채, 밥조개마요네즈무침, 잣죽, 버섯고기완자볶음, 볶음밥, 닭고기완자맑은국, 과일사탕졸임, 은정차 등이 제공됐다. 들쭉술, 대동강맥주, 배향단물, 금강산샘물(생수), 인풍포도술 등도 나왔다.

65년만의 부부 및 부자상봉으로 눈길을 끌었던 북측 오인세(83)씨는 식당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던 아내 이순규(85)씨를 보자 손을 잡으면서 인사를 했다. 아내 이씨는 남편의 무릎에 냅킨을 얹어주며 살뜰하게 챙겼다.

이씨는 "오늘 오전에는 주로 살아온 얘기만 들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난 아들 오장균(65)씨는 식사 내내 "아버지 대단하세요", "헤어지자니 아쉽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남측 동생 김주철(83)씨는 북측 형 김주성(85)씨와 대동강맥주로 건배를 하면서 울고 웃으며 식사를 했다. 주철씨는 형에게 "이렇게 고생만 해서 어떻게 해, 호강을 해야 하는데..."라며 눈물을 보였고, 주성씨는 우는 동생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건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1회차 3일째 낮 가족들이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에서 공동중식 시간을 갖고 함께 음식을 먹고 있다.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1회차 3일째 낮 가족들이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호텔에서 공동중식 시간을 갖고 함께 음식을 먹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2시간 동안의 점심식사를 마친 상봉단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날 오후 4시35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했다. 당초 이날 단체상봉은 오후 4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금강산 지역에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동이 지체돼 5분 가량 늦어졌다.

오후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남측 상봉단의 염진례(83)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의료 지원 인력들은 염 할머니가 고령에 금강산까지 먼 길을 와서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다 소화기관 장애까지 겹치면서 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금강산에 모여 단체상봉 및 남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 간의 짧은 만남을 마감할 예정이다.


태그:#이산가족 상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