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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젖을 먹는 갓난아기, 3살 난 아이,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자식을 둔 젊은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비소와 같은 중금속은 어른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더 큰 피해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젊은 부모들은 오히려 죄인이 되어버렸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태였다."

경남 함안 한 마을의 상수도에서 중금속 '비소(As)'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에 한 주민이 밝힌 내용이다. 비소는 세계보건기구(WTO)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되어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사약'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지난 5월 26일, 함안군 여항면 마을상수도 5곳의 비소 농도 조사 결과 기준치(0.01mg/L)를 초과한 것이다. 특히 이 마을상수도 시설은 인근 초등학교 40여 명이 먹는 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이 26일 마창진환경연합 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을 상수도 비소 오염 방치하여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경남도지사와 시장, 군수는 직무유기했다"고 밝혔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이 26일 마창진환경연합 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을 상수도 비소 오염 방치하여 주민건강을 위협하는 경남도지사와 시장, 군수는 직무유기했다"고 밝혔다. ⓒ 윤성효

그 뒤 함안군은 마을 방송을 통해 수돗물 공급 중단을 알리고 비상급수했으며, 7월 30일 경상남도보건환경연구원과 함안군, 환경운동연합이 합동으로 수질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왔다.

WT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1993년 비소를 1급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최소 5년간 비소오염 물을 복용하면 대부분 피부질환이 발생하고, 평균 비소농도 0.6mg/L인 물을 약 7년간 섭취한 어린이들에게는 심장혈관계질환이 발병한다.

기준치는 나라마다 다르다. WTO는 1993년 0.01mg/L, 미국․유럽연합․일본․독일은 0.01mg/L, 호주․뉴질랜드는 0.007mg/L이고 우리나라는 2011년 0.05mg/L에서 0.01mg/L로 강화되었다.

"주민들에게 비소 오염된 물을 먹도록 두고 보았다"

다른 마을상수도는 괜찮을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참여와연대를위한함안시민모임은 26일 마창진환경연합 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남도와 시․군이 마을상수도 비소오염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장하나 국회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2014~2015년, 소규모 수도시설 수질검사 비소초과현황'과 진선미 국회의원이 입수한 '2012년 경남지역 지하수 비소오염 조사결과'(경남보건환경연구원 작성)에 근거해 마을상수도의 비소오염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마을상수도는 계곡수나 지하수를 염소소독 처리만 하여 먹는 물로 사용되는 수도시설로, 2011년 12월 현재 경남은 18개 시군 3695곳 15만세대 34만명이 이용하고, 이 가운데 합천군이 466곳으로 가장 많다.

환경부 자료에 보면 2014년 3339곳과 2015년 2968곳의 검사결과인데, 기준치(0.01mg/L)를 초과한 마을상수도는 2014년 171곳과 2015년 141곳이고 이중 경남지역은 2014년 28곳과 2015년 23곳이다. 기준치보다 낮으나 비소오염에 상시적으로 노출된 0.006~0.009mg/L에 해당되는 경남지역 마을상수도는 2014년 196곳과 2015년 178곳이다.

경남보건환경연구원의 2012년 자료에 의하면, 비소오염은 양산, 함안, 창원, 밀양, 창녕, 고성 순이었고, 비소농도 0.006mg/L 이상인 곳이 94곳 중 56곳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료에 근거해, 마창진환경연합은 "4년 전에 비소오염을 확인하고도 주민들에게 비소에 오염된 물을 먹도록 두고 보았다"며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경남도를 비롯한 행정이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비소제거기 설치 후 행정의 관리가 안 되어 결국 주민 눈속임만 하는 전시성 행정이 되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직무유기가 심각하다. 마을상수도는 1년에 한번 전 항목에 대해 수질검사를 실시하는데, 이 검사마저도 민간분석기관에 위탁되어 있는 상태"라 밝혔다.

이 단체는 "기준을 초과하는 상수도는 즉각 폐쇄하고 비상급수를 실시하며, 해당 행정은 최우선으로 사업비를 확보하여 일반상수도를 공급하여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할 것"과 "마을상수도 비소오염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하기 위하여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경남도 차원의 수습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함안시민모임 조현기 대표는 "시골은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하지만, 느닷없이 간이상수도에서 비소가 검출되면서 충격을 주었다"며 "이번에 지하수 개발업자들을 만나거나 하면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질검사 때 물을 바꿔치기하거나 끓이기도 하고, 생수를 넣는다는 말을 들었다. 간이상수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 윤성효



#비소#마창진환경연합#함안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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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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