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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7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모습.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7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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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 여야 협상을 이끌었던 자신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콕' 찍었던 일로 받은 충격이 상당히 컸던 모양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27일 jtbc '직격인터뷰 - 위험한 초대'에 출연해 "(당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라고 토로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에게는 좀 이례적인 심경 고백이다.

"국민과 한 약속이 바뀐 게 문제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왜 그렇게 화가 나셨을까, 대통령이 되셨으니까 그 자리에 걸맞은 인사·정책·소통·국정운영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을 뿐인데"라면서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 돕는다는 차원에서 한 일이고, '배신'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이 여당 안에서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낀다"라며 "당·청 관계나 당내 민주화 차원 등 차원에서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힘에 눌려 여당으로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내고 있다는 비판이다. 다시 '친박'으로 돌아선 듯한 김무성 대표의 행보는 그렇게 뒤집힌 당·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나 원유철 원내대표 등에게 서운함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특정인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어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누구보다 사심 없이 바랐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향한 '아픈 비판'도 잊지 않았다. 특히 경제민주화 등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민에게 약속했던 중요한 공약들을 사실상 폐기해버린 것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9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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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일자리 세 가지는 꼭 이뤄내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라면서 "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나 이후 내가 주장한 새누리당의 노선이 박근혜 정부가 가야 할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내 생각이 대통령과 거리가 있는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약속이 바뀌었다면 바뀐 게 문제"라며 "우리가 말했던 경제민주화·복지·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야 할 상황이 곧 온다고 믿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 전 원내대표는 "내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하고 있는 게 그 부분(경제민주화 등의 대선공약을 폐기한 것)이다"라면서 "이 정부가 국민한테 약속한 그 기조 그대로 끌고 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국정 운영이 잘되고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도 없었을 거고, 국민 지지도 더 높았을 것이며, 정부에 대한 평가도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지금이라도 그 길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한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하고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게 정말 아쉬웠다"라며 "원내대표 사퇴를 결심하고도 꼭 만나서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내가 느낀 것, 국민이 느끼는 걸 전달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라고 회고했다.

지난 8월 원내대표 사퇴를 결심한 뒤 청와대 쪽에 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단점이라면 좀 더 귀를 열고 소통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저뿐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그런다면 대통령의 국정방향도 조금 바뀔 여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TK 물갈이? 저급한 주장일 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육군사관학교(육사) 총동문회 회장 등을 접견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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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전망과 관련, 유 전 원내대표는 "여권으로는 내년 총선이 박근혜 정부 4년 차에 대한 평가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기본적 구도가 우리에게 유리할 거라 보지 않는다"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특히 수도권 승부가 중요한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에만 머물러 있으면 아주 불리해질 거다"라며 "새누리당이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어떻게 희망을 주느냐가 중요한데, 지금 준비가 너무 안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라고 지적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그런 (수직적) 당·청 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그것이 변화와 혁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당을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라면서 "당은 행정부보다 한 발자국 앞서 비전을 제시하며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당·청 관계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고 그 부족이 결국 국민을 실망시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보수 혁신을 내건 김무성 대표 체제가 보수 혁신은 뒤로 한 채 수직적 당·청 관계에 묶여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구·경북(TK) 물갈이설'과 관련해서는 "대구·경북이 왜 물갈이 대상이 돼야 하는지 한 번도 설득력있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저급한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인위적으로 물갈이가 이뤄지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TK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새누리당의 중요한 자산인 의원이 많은데, 나와 정치적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부당하게 배제되거나 차별받으면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신중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다수의 검정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부분이 있다는 대통령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라면서 "가장 큰 논란이 친일과 종북인데 이를 모두 버린 균형잡힌 역사를 교과서에 싣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하지만 국정교과서가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역사교과서가 블랙홀이 되면 진짜 문제다, 벌써 노동 개혁 문제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형국이 되지 않았나?"라며 "이건 문제다,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유승민, #박근혜, #배신의 정치, #김무성, #JTBC 위험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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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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