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문장이 콩글리시인 데다,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1년 넘게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든 것을 폄하하지 말라."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서울브랜드'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의미를 모르겠다는 것부터 디자인 논란, 급기야 콩글리시 주장까지…. 지난 2002년 'Hi Seoul'이 처음 도입될 때의 논란이 재연되는 느낌입니다.
서울시는 작년 10월부터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서울브랜드 개발에 나섰습니다.
기존의 'Hi Seoul' 브랜드가 외국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대비하기 부족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실은 중국 관광객들 때문(?)이란 게 중론입니다. 'Hi Seoul'의 하단에 넣은 'Soul of Asia'가 중국에서 사용허가가 나지 않아 마케팅에 큰 지장이 있어왔기 때문이죠. 아마도 '서울이 아시아의 영혼'이란 표현이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나 봅니다.
좌우간 서울시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시민주도형으로 치르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여름 국제공모전을 열어 1만6147건의 아이디어를 받았습니다. 이를 25인의 시민선정위가 200개안으로 좁힌 다음, 브랜드/디자인전문가가 60개안으로 압축한 뒤, 추진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후보작 3개를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뽑힌 세 개의 후보들을 차례로 보겠습니다.
1번 후보는 'I.SEOUL.U'입니다. '나와 너 사이에 서울이 있다는 의미로, 서로 공존하는 서울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2번 후보는 'SEOULing'입니다. '서울의 역동성을 ing로 표현하여 사람과 사람이 공존하며 움직이는 서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3번 후보는 'SEOULMATE'. 소울메이트처럼 여유와 편안함을 주는 서울 친구라는 뜻입니다.
"무슨 뜻인지 너무 난해... 후보가 저거밖에 없나"시는 사전투표 50%, 시민심사단 현장투표 25%, 전문가 심사단 현장투표 25%를 합산해서 최종 당선작을 결정하고 오는 28일 서울광장에서 서울브랜드 선포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문제는 최종 후보로 뽑힌 3개의 후보들에 대한 여론이 그리 곱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민주도로 시민들이 만든 후보들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요.
서울시가 사전 시민투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게시판(
http://gov.seoul.go.kr/archives/82319) 댓글에는 말 없이 지지하는 후보작을 밝히고 간 사람들도 많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승진'씨라고 밝힌 네티즌은 "영어구호에 전과 다른 철학이 담겨있지 않고 해석을 봐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며 "간판교체비용 등 추후작업에 들어갈 예산을 복지 등 실질적인 시정철학을 구현하는 예산으로 사용하는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용현'이라는 네티즌은 "서울브랜드라고 하기에는 너무 난해하다, 차라리 하이서울이 조금 더 친근감 있다"며 "정말 후보가 저거밖에 없냐"고 묻고 있습니다.
"역시 공무원들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선정을 공무원이 하니 망했네요" 등 담당 공무원들이 보면 뚜껑 열릴 반응도 많습니다.
"세계적 웃음거리 안 되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급기야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버튼은 지난 21일 '서울의 끔찍한 새 구호(Seoul's terrible new slogan)이란 칼럼에서 세 후보작 모두 '콩글리시(Konglish)'라고 혹평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유력한 후보인 'SEOULMATE'는 '서울시와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썼습니다.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soulmate'인데, 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애인, 정부(情夫, 情婦)'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는 한국내에서는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서울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이라며 "서울시가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결과를 인정하고 (선정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신문은 그래도 부족했는지 지난 26일자 사설에서 "놀림감이 되고 싶지 않은 시민들은 시청 홈페이지에 의견을 쓰거나 시청으로 전화해서 불만을 얘기하라"고까지 했습니다.
추진위의 유일한 외국인 위원도 최종 후보군을 변경해야 한다고 시에 요청했다는 목소리도 들리는군요.
"도입 초기의 낯설음일 뿐... 시간 지나면 자연스러워질 것"여론이 심상치 않자, 추진위원회는 26일 A4용지 7장 분량 장문의 '공식 의견'을 내놨습니다.
추진위는 새로운 서울브랜드가 의미 전달이 잘 안된다는 의견에 대해서 "브랜드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낯설음'은 해외 주요도시의 성공 도시브랜드 구축과정에서도 나타난 공통현상이며 'Hi Seoul'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콩글리시란 비판에는 "'문장'이 아니라 '브랜드'인 만큼 문법의 틀에 가두지 말고 의미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이미 다양한 영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3개 후보안 모두 현대 영어에서는 충분히 통용 가능한 표현이라는 답변을 얻었다"고 합니다.
추진위는 이어 "서울브랜드는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로 이루어져 왔으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참여한 시민·전문가의 땀과 열정은 결코 폄하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섭섭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사실 모든 과정을 시민주도형으로 치른 만큼 추진위나 담당 공무원이나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당장 내일 당선작을 정해서 선포식을 치러야 하는데, 여론이 만만찮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