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불신임·부적격'. 고대영 KBS 사장 후보를 보는 세 가지 키워드다. 지난 26일 향후 3년간 KBS를 이끌어갈 차기 사장 후보로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이 선출됐지만,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은 무기한 농성 돌입과 함께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의 전력을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게 이유다.
1985년 사회부 기자로 입사해 모스크바 특파원·보도국장·보도본부장 등을 지낸 고 후보는 실제 2009년 10월, 2014년 7월 KBS 사장직에 응모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권오훈 위원장, KBS본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KBS 구성원들은 고 후보를 '가장 부적격한 사장 후보(83.6%)'라며 '절대 불가 후보'로 꼽았다.
27일 <오마이뉴스>가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현진 위원장, KBS노조) 등 양대 노조의 과거 자료와 증언을 종합해 본 결과, 내부 구성원들이 고대영 KBS 사장 후보를 보는 시선은 '불공정·불신임·부적격',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됐다(관련 기사:
"기자들 거부감 가장 높은" 고대영 KBS 사장 후보).
고 후보는 그러나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불신임 등 고 후보에 대한 사내 거부감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아직 그런 부분에 대해 따로 입장 정리를 한 게 없다, 나중에 회사 측에서 정리해서 내보내겠다"고 답했다. 보도본부장 시절 편파 보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이렇다저렇다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불공정] "보도 총책임자 시절,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해 축소 방송 지시"
고 후보는 앞서 KBS 보도총괄팀장(사실상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불공정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참사 관련 축소 및 편파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편파보도'다.
고 후보 관련 검증단장을 맡은 함철 KBS본부 부위원장은 "당시 보도 총책임자였던 고대영 후보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축소·편파방송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자체를 자살이라는 쪽으로 몰고 가면서 '이게 과연 전 국민이 추모할 일이냐'(고 했다)", "국민 정서와는 다르게, 서거 특보도 졸속으로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설위원장 재직 때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논란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쟁이다, 논쟁 자체가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해 정권을 편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이 전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독도 '다케시마' 표기에 대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라고 말했다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 관련 논란을 말한다.
고 후보는 또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가 스폰을 받았다는 내용의 특종 기사를 불방시켜 내부 비난을 샀다. 함 부위원장은 "당시 법조 출입기자들이 스폰서와 관련한 카드사용내역을 가져 왔는데도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서 방송을 안 내보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이 내용은 타 매체가 먼저 보도했고, '스폰서 의혹'을 부인하던 천 후보는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부적격] 간부 시절 '접대 골프'·'후배 폭행' 파문... 노조 "윤리 강령 위반"
고 후보는 간부 재직 시절 370만 원 가량의 골프·술 접대를 받은 사실로도 유명하다. 2011년 7월 고 후보는 회사 관용차를 타고 가 대기업 관계자들과 '접대 골프'를 쳤고, 이로 인해 사측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뒤 사내 게시판에 직접 "부덕의 소치(덕이 없거나 부족해 생긴 일)"라는 사과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KBS본부는 "이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전, 골프 접대 등을 받지 않는다'는 KBS 윤리강령을 어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8년 11월 보도총괄팀장 시절 술자리에서 후배 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고 후보가) '징계성 인사 시사 발언', '개편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김경래 기자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흔들었다, 이후 이를 항의하던 박중석 기자의 머리도 잡고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당사자인 김경래 전 KBS 기자(현 뉴스파타 근무)는 27일 "당시 미운털 박힌 기자들을 다른 부서로 빼버리는 인사이동이 있었다, 저 또한 탐사보도에서 경제부로 바뀌어 불공정 인사에 항의하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고 후보는 또 2011년 말 보도본부장 재직 당시 보도영상·기술 등 부장들에게,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파업참가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려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불신임] "미 대사관 스파이 노릇" 논란, 보도본부장 시절 84% 불신임 사임
그뿐이 아니다. 고 후보는 2007년 해설위원 시절, 당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등 한국의 선거 정보를 미국 대사관에 전달한 사실이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문서 링크). 이 기밀문서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고 후보를 '빈번한 대사관 연락책(frequent Embassy contact)'이자 '다양한 주제에 관해 정확한 통찰력을 지닌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당시 고 후보와 미 대사관 측 만남에 대해 KBS 홍보팀은 "개인적 만남"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함 부위원장은 27일 "이건 미 대사관에 정보원이자 스파이 노릇을 한 것으로, 언론인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윤리강령에는 'KBS인은 본인 또는 취재원·출연자의 개인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제작 활동을 하지 않으며, 취재·제작 중 취득한 정보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조항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보도국장 시절 기자협회 신임투표에서 93.5%의 불신임을, 보도본부장 재직 시절 84.4%의 불신임을 받아 사임했다. "(고 후보는) 기자 사회의 평가가 이미 끝난" 인사이자 "기자들의 거부감이 가장 높은 인사"라는 게 KBS본부 측의 설명이다. 27일에는 KBS 경영협회 등 직능협회도 "고대영은 사장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KBS 이사회(이인호 이사장)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후보자는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사장 후보자로서는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대통령에 의해 최종 임명된다.
차기 사장 관련 선임절차는 현 사장 임기가 끝나는 11월 23일 이전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고 후보가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외부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도 강한 비판을 받고 있어 인사청문회 등 향후 진행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