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미와 유중희는 부부 미술작가입니다. 둘은 대학 동창이고, 동성동본(同姓同本)입니다. 지금이야 상관없지만 동성동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결혼이 어려웠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동성동본끼리의 결혼을 금하는 가치를 시대적 찌꺼기처럼 갖고 있는 부류도 있을지 모릅니다.
"대학 동창인 유영미와 유중희는 동성동본이라는 역경을 이겨내며 사랑을 이뤄내었고, 같은 일을 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다. 지금은 공기 좋은 곳에 멋진 작업실을 만들어 서로 마주보는 공간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 197쪽이 책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겁니다.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쯤 속사정은 있을 수 있습니다. 유영미와 유중희가 대학 동창이고 동성동본이어서 결혼을 하기까지 많은 역경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이 이들 부부작가에게는 속사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은 작가의 생각이고, 느낌이고, 감상입니다. 그림은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촉감이고, 상상력이고, 드러내고자 하는 몸짓입니다. 그냥 허투루 드러내는 표현이 아니라 경지(境地)를 향한 노력과 반복되는 연습을 넘어선 결정체입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고,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 느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귀엣말처럼 들려주는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지은이 이애리, 펴낸곳 고려원북스)는 한국화가 65명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 작품에 대한 설명입니다. 책에서는 단순히 그림에 대한 설명만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작가들이 사연처럼 안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까지도 언뜻언뜻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림은 전시회장엘 가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이나 작품은 그냥 어떤 구도에 색만 알록달록하게 칠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담고자 했던 어떤 사상과 뜻, 깃들이고자 했던 의미, 붓을 잡고자 했던 숨결소리까지도 술래처럼 담겨 있는 게 작품입니다.
작가의 숨은 의도까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심안통 같은 안목이 아니고는 색과 구도, 명암과 붓질에 깃들어 있는 세계까지 탐독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설서를 읽기도 합니다.
작가를 알거나 이해한다는 건 작품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맑은 투시창이 됩니다. 작가의 눈높이에서 숨은 그림처럼 작품에 깃들어 있는 세계, 작가의 마음, 작가의 사상, 작가의 영혼까지도 유추해 볼 수 있는 가늠자와 가늠쇠가 됩니다.
웬만한 규모의 전시장이 아니고서는 65명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더더구나 이토록 은밀한 이야기까지 곁들인 감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가능합니다.
지금 이 시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65명이 피토하듯이 완성한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속삭이듯이 전해주고, 귀엣말처럼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를 읽는 건 또 다른 차원의 감상, 작가 65명에 대한 뒷담화 같은 정보이자 그들이 작품에 담은 뜻을 속삭이듯이 전해주고, 귀엣말처럼 들려주는 설명 들으며 깊고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지금 한국의 화가를 만나다> (지은이 이애리 / 펴낸곳 고려원북스 / 2015년 10월 5일 / 값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