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취운전'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추가조사를 늦추면서 봐주기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조 전 수석의 만취운전 의혹이 처음 언론에 알려진 직후에 "술이 깨면 아침에 다시 불러 조사하려고 음주측정 거부 현행범이지만 절차에 따라 석방시켰다"라고 해명했지만, 29일에도 그를 추가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의 고위인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양쪽(피해자와 가해자)의 의견이 달라서 확인하고 있다"라며 "추가증거를 확보한 다음 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 출석을 요구할지는 모르겠다,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수서경찰서는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만 조 전 수석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의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는 수사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직 청와대 고위층 인사를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다.
조원동 "대리운전했다" vs. 택시기사 "직접 음주운전했다" <오마이뉴스>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조원동 전 수석은 28일 오후 10시 25분께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도로 앞에서 추돌사고를 냈다. 대기중이던 영업용 택시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에 택시기사는 추돌사고를 내고 달아나던 조 전 수석을 쫓았다. 그는 100미터를 운전하다 택시기사한테 추격당하자 차만 도로가에 세워두고 아파트 안으로 다시 달아났다.
결국 택시기사는 경찰서에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와 뺑소니'로 신고했고, 대치지구대 소속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이 차적을 조회하자 그때서야 아파트 안으로 달아났던 조 전 수석이 나타나 자신이 차량의 주인임을 인정했다.
경찰은 조 전 수석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세 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거부하자 경찰은 현행범으로 그를 체포해 대치지구대로 연행했다. 하지만 그는 지구대에서도 음주측정을 거부했고, 결국 서울 수서경찰서 교통사고계로 넘겨졌다. 그가 지구대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얘기도 있지만, 수서경찰서쪽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문제는 조 전 수석의 음주운전 여부다. 하지만 그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그는 사고현장에서는 "내가 운전하지 않고 대리기사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연행된 뒤 경찰서에서는 "음주 후 대리기사를 불러 차를 몰고 집 근처까지 왔다가 대리기사를 보내고 직접 운전하던 중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라고 진술을 바꾸었다.
수서경찰서의 고위인사는 "사고현장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한 뒤 대치지구대로 가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다"라며 "하지만 음주측정을 거부해 수서경찰서 교통조사계로 넘겼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조 전 수석은 경찰서에서 '나는 운전하지 않았다, 대리기사가 운전했다'고 주장한 반면, 택시기사는 '조 전 수석이 차를 들이받은 뒤 운전하고 도망갔다'고 진술했다"라며 "조 전 수석과 택시기사, 대리기사 등 3자를 모두 조사한 뒤 조 전 수석을 돌려보냈다"라고 전했다. 그는 "조 전 수석을 훈방시킨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석방시킨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우리도 심증으로는 조 전 수석이 음주운전했다고 보고 있고, 대리기사가 운전했다면 추돌사고는 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것도 상식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니까 누구 말이 맞는지는 조사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누가 옳다고 답변드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등 혐의 있는데도 석방조치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직 청와대 고위층 봐주기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2시 40분께 조 전 수석을 귀가시켰다.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가 충분하게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석방시킨 것이다.
경찰은 애초 "만취상태여서 추가조사를 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뺑소니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탈한 거리가 100미터밖에 안 되고 바로 사고현장에 나타났다"라며 조 전 수석을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택시기사가 조 전 수석에게 수리비뿐만 아니라 웃돈까지 요구했다'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는 얘기까지 언론에 흘렸다.
하지만 수서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라고 해서 풀어줬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누구라도 음주운전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면 1차 조사를 마치고 신원과 주거지가 확인되면 불구속으로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