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더러운 좌파'로 분류하는 등 성소수자 겨냥 막말 논란에 오른 조우석 KBS 이사(59)가 29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관련 비판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로 이야기하지 못할 것은 뭐 있느냐"고 반박했다. 공영방송 이사로서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선 "국가인권위 보도준칙에 그런 걸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서로 협약한 게 있는데 내가 볼 땐 무시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이사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성애, 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하나'라는 토론회에서 "동성애자들이 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가 전복이다", "좌파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무식한 좌파, 똑똑한 좌파, 더러운 좌파.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제 카테고리다" 등의 발언으로 인권 단체 및 언론 단체 등으로부터 비판받아 온 바 있다.
그는 이 토론회에서 특정 성소수자 시민단체 활동가의 실명을 거론하며 "동성애자와 좌빨 사이의 더러운 커넥션(관계)에 더 이상의 증거는 굳이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욜 인권재단사람 활동가에 대해서는 "그가 에이즈 환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욜의 애인은 에이즈 환자"라고 말하는 등 확정 판정도 받지 않은 특정 질병에 대한 의혹을 언급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공공연히 차별 선동하는 이, 공영방송 이사 자격 있나"
"더러운 좌파로 분리수거된 느낌이었다. 실명이 공개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욕할까, 위축되기도 했다. 이게 그들의 전형적인 방법이겠구나 생각했다."29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동양빌딩에서 열린 토론회 '공영방송 이사의 혐오 차별 선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발언자로 나선 곽이경 민주노총 협력부장의 말이다. 곽이경 부장은 조우석 이사가 지난 8일 거론한 성소수자 활동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거꾸로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비참함을 해결하려고 분투하는 사람들이 마녀 사냥 당하는 세상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이주영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등 언론 및 인권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국제인권법과 캐나다 대법원 형법을 소개하면서 "특정 집단을 열등한 집단으로 묘사하거나 범죄자 혹은 병리적 집단 등으로 모는 등의 증오 선동은 대상 집단의 구성원에게 극도의 모멸감 등 정신적 고통을 야기하고 민주적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우석 이사가 공영방송인 KBS 이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방송법 5조에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해야할 공적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면서 "성소수자에 공공연히 증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이가 공영방송 이사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박진 활동가는 "조 이사가 좌파를 세 가지로 분류했던데, 저는 이렇게 분류하고 싶다"면서 "눈치보며 충성스러운 인사, 신념에 찬 충성스러운 인사, 더러운 입놀림을 가진 충성스런 인사"라고 말했다.
덧붙여 박근혜 정부 이후 '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 사라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당시 떠돌았던 거짓 유언비어를 언급하면서 "거짓을 유포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결과, 한 번 입을 놀려도 충성심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며 "조우석 이사의 사례를 단지 한 사례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명확히 책임을 물어 바로잡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우석 이사 "국가인권위 보도준칙 있지만 무시해도 된다"
조 이사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은 정욜 인권재단 활동가는 "그에게 더러운 좌파로 낙인 찍혔다"면서 "혐오 선동을 한다고 해도 그 책임을 묻고 규제할 수 있는 방법엔 아직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사로 조 이사의 발언을 접하고 나서 우습다는 생각과 함께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간다에서 혐오 살해를 당한 인권 활동가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해외에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를 향한 폭력과 린치가 있었다"면서 "이것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나타날지 가시화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혐오 선동을 개인의 의견이나 객기로 치부할 순 없다"면서 "혐오의 화살은 또 다른 이를 겨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앞으로 구체적인 대응을 논의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과 선동을 알리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토론회 말미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KBS 이사로서의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혐오 발언을 비판하는 연대 구성과 법적 대응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9일 조우석 이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시민 사회의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여하 멘트는 안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영방송 이사로서 발언한 게 아니고, 평론가로 이야기했을 뿐이고, 문제 제기 하는 것에 대해선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이사는 덧붙여 "공영방송 이사로 이야기 못할 건 뭐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인권위 보도 준칙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서로 협약한 게 있는데, 그건 가이드라인도 안 되고 내가 볼 땐 무시해도 된다"면서 "혐오스러운 걸 혐오스럽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인권보도 준칙은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제정한 것으로 '언론은 성소수자에 대한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아야 하며, 성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적 병리현상과 연결 짓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