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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시국선인 - 박근혜 정권은 제2유신 역사쿠데타를 멈춰라'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렸다.
▲ '국정화 반대' 교사 2만여명 시국선언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시국선인 - 박근혜 정권은 제2유신 역사쿠데타를 멈춰라'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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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육부로부터 좋은 수업 자료 한번 건네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교사인 나에게 이념 연수 받으라고 강제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특히 이념 연수는 함량 미달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시국선언 때 징계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선생님들 겁박하고 장학사들 동원해 교육운동 탄압했던 어두운 기억이 전부입니다.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가장 임기가 짧은 부서가 교육부입니다. 그만큼 해방 후 한국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어제 시국선언에 전교조 교사와 비조합원 교사 2만 명이 넘게 국정제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교육부는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또 징계 운운합니다. 공무원이 집단행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 성실의 의무 어쩌고 하면서 겁을 줍니다. 현직교사가 국정제 찬성 시위와 선언을 하면 권력은 조용합니다. 아니, 오히려 부추깁니다. 거꾸로 국정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교사들은 심하게 탄압을 합니다. 이쯤 되면 교육이나 교육부가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참 민망합니다. 교육이 특정 정치집단의 도구로 전락할 때 교육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교사 역시 부끄러운 현실에 직면합니다. 1970, 80년대 국정제가 지배했던 교직사회 풍경을 상상하면 나이 드신 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겁니다.

각반 차고 개구리복 입고 분열과 사열을 지도했던 병영화된 학교에 대한 기억, 붉은 '삐라' 주워오면 아이들에게 상품 주고 경찰서 신고했던 기억, 애국조회 행사, 아이들 데리고 국군의 날 행사나 대통령 공항 갈 때 도로변 태극기 들고 줄지어 서 있던 기억들... 

그 시절은 '교육활동지원부'가 아니라 '교사/교육통제부', '교육말살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교육부가 여전히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합니다. 교육부는 과연 우리 교사들에게 무엇인가요?

징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국정제를 강행하면서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한 처사입니다.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필리핀보다 학급 당 학생수가 많은 나라! 경제적으로 잘 산다는 OECD 34개국 가운데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인 나라!  GDP 대비 공교육 예산 5%도 안 되는 나라! 한국 교육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다 바꿔야 합니다. 그 일 하기도 힘든데 교육부와 교사들이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난데없이 국정제라니요!

국정제 강행 이후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습니다. 80% 교사들이 반대하는 국정제, 역사 교사 90%가 반대하는 국정제 행정예고를 철회해야 합니다. 그게 한국교육이 가야할 길입니다. 국정제 반대 여론이 거세니까 교육부 장관은 "국정제 영구히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 발 뺐습니다. 그러자 교육부 차관은 20일 경질됐고 황우여 장관 경질론까지 나옵니다. 말로는 청소년이 나라의 동량이고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하면서 교육부 스스로 자기 모순에 갇혀 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국정제 교과서도 검정제 교과서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검정제 교과서도 자유발행제 교과서보다 품질이 떨어집니다. 교과서 정책에 시장 경제의 원리를 적용하십시오. 규제는 암덩어리라고 하면서 왜 대통령은 교육부는 암덩어리를 학생에게, 교사에게 나아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태그:#자유민주주의, #국정제, #암덩이, #규제, #시장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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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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