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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농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
 10만 농민대회를 알리는 현수막
ⓒ 조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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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녘은 추수가 한창이다. 정부 공식 통계로도 풍년은 확실한 모양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기쁘지 않다. 도리어 걱정과 분노로 한숨만 늘고 있다. 쌀값이 작년보다 1만 원 이상 폭락했다. 일부 농협에서는 쌀 수매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하고 민간유통업자들은 아예 수매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쌀 수출국 눈치만 보는 정부... 개 사료보다 싼 쌀

쌀값 폭락의 원인은 수입쌀이다. 특히, 올해부터 밥쌀용 쌀 수입 의무조항이 삭제되어 정부 의지에 따라 단 한 톨의 쌀조차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쌀 2만 톤, 중국 쌀 1만 톤을 사들였다. 현재 국내 쌀 재고량은 130만 톤을 넘어서 적정보유량을 2배 이상 넘긴 상황이다. 한마디로 '우리 쌀이 남아도는' 형편인데 정부는 쌀 수출국의 비위나 맞추고 있으니 농민들은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은 여전히 자신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농민들은 타들어 가는 심정을 전하기 위해 장관이 지역을 찾을 때마다 수차례 면담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번번이 지역일정을 취소했고 약속한 면담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남 영광에서는 분노한 농민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마다 짓이겨진 벼들이 흙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전날 논 주인은 "염장하는 마음으로 논두렁에 난 풀을 깎아 주었다"고 했다. 이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그뿐 아니다. 정부는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와 TPP(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무작위로 추진하고 있다. 영향분석과 대책도 엉터리다. 국회에는 허위자료로 보고하고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는다. '국가 경제의 장밋빛 미래'와 '경제영토의 확장'이라는 관념적 어휘로 실물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이러니 어떻게 경제가 살아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TPP가 타결되자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가 TPP 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 TPP가입은 쌀 추가 개방이며 한일FTA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수십 개 나라와 FTA를 체결했지만, 정작 농민들은 농산물을 갈아엎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한 경제성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더욱이 올해 초 정부는 농산물 최저가격을 3년간 동결 시켰다. 이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3년간 동결 시킨 것과 다름없다. 현재 농산물 최저가격은 생산비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 가격으로 지난 수년간 수급조절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은 이 제도의 존재여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작년 폭락한 마늘, 양파 값이 올해에는 회복되려는 조짐이 보였음에도, 정부는 무작정 수입 결정을 내렸다. 고추는 생산면적이 줄었는데도 여전히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농민도 소비자도 적정가격을 원한다. 농민은 생산비가 보장된 가격, 소비자는 폭등과 폭락이 없는 안정된 가계 지출을 원한다. 이것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11월 14일 10만 농민대회가 열린다

경남 진주 농민회는 방송차를 순회하며 11.14 10만 농민대회와 민중총궐기를 알리고 있다.
 경남 진주 농민회는 방송차를 순회하며 11.14 10만 농민대회와 민중총궐기를 알리고 있다.
ⓒ 조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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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작 면적을 늘리고 시설투자를 하지만 고스란히 빚으로 되돌아오고, 모든 농자재 가격은 올랐지만 쌀과 농산물 가격은 20년 전 그대로다. 우리 국민들은 은연중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휴일도 모른 채 구슬땀으로 자식 키우듯 농사를 짓는 이 숭고한 농민을 '등외국민', '열외국민' 취급한 정부의 태도가 농민들을 사지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농업 행정'을 갈아엎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농민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원하고, 내년에도 농사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래서 "못 살겠다 갈아엎자"는 의지로 '농민총궐기'를 선언했다. 살기 위해 큰 몸부림 한번 쳐보려고 한다. 충남 부여에서는 밥쌀 수입 반대 서명 7600여 명, 현수막을 183개를 내걸었다. 부여지역 식당들까지 '밥 쌀 수입 반대, 우리 쌀 먹기' 현수막 걸기에 동참했으며 농협도 발 벗고 나서 16개 농협에도 모두 현수막을 걸었다.

충북 괴산에서는 "농민답게, 농민회답게!"를 기치로 '11월14일 민중총궐기 성사 전농 충북도연맹 가족한마당'을 열었으며 진주농민들은 '11월14일 10만 전국농민대회 성사를 위한 후원회 날'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벌써 전국의 농촌이 들썩이고 있다. 방송차가 돌아다니고 마을 어귀마다 각종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장날이면 가판대를 세우고 서명과 선전전이 진행되고 있다. 저녁이면 마을회관마다 11월 농민대회를 알리기 위한 농민회원들의 절박함이 농민들을 모아내고 있다. 농민이 살길은 단 하나다. '11월 14일 10만 농민대회'와 민중총궐기 성사로 농민을 못살게 하는 모든 것을 갈아엎자!

○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병옥 시민기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입니다.



태그:#민중총궐기, #농민대회, #쌀값 폭락,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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