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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
 강기훈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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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누명을 24년 만에야 벗은 강기훈씨가 다시 국가와 싸운다. '피고 대한민국'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3일 '유서대필조작사건 공동대리인단'은 강기훈씨와 그의 가족 등 6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가배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강씨가 1991년 전국민족민주연합 동료 김기설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며 겪은 정신적 피해 등을 보상하라며 모두 31억 원을 청구했다.

1991년 5월 20일, 검찰은 강씨가 그해 5월 8일 서강대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린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씨는 여러 자료를 근거로 반박했지만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연구원) 필적 감정 결과를 내세웠다.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1심부터 항소심을 거쳐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줄곧 강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2007년에서야 길이 열렸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그가 대신 썼다던 유서의 필적은 모두 김기설씨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강씨는 이 내용을 토대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5월 14일 대법원은 그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24년 만이었다.

하지만 24년 하고도 6개월이 넘도록 누구도 강씨에게 사과하고 있지 않다. 소송을 대리하는 송상교 변호사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가해자 어느 누구의) 사과도, 유감 표명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강씨와 그의 가족은 가해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또 억울한 옥살이를 두고 형사보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관련 기사: 24년만의 무죄...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소송의 피고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다. 강씨 등은 당시를 수사를 지휘한 강신욱 전 대법관(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 부장검사)와 주임검사였던 신상규 변호사(강력부 수석검사), 필적 감정을 맡았던 김형영 국과수 문서분석실장도 공동피고로 삼았다.

송상교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조작했던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거기에 꿰맞추기 위해 강씨를 폭행·협박한 데다 국과수는 허위 필적감정 등으로 조력했고, 가족들까지 위법한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송 변호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검사와 감정인들은 국가와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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