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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뉴스타파 <목격자들>에서는 국내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처우와 고용주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고발한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잘못된 노동 계약서 작성을 강요받고, 근무 시간에 다쳐도 보호해주지 않으며,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있는 메뉴판의 음식을 한 시간 노동을 하고도 사먹을 수 없을 만큼 낮은 임금. 그리고 자연히 갖게 되는 좌절감과 박탈감. 프로그램의 고발자들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조 설립 활동 또한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일본에서 말하는 속칭 '블랙바이트'다. 그리고 잘못된 노동환경과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기업들을 '블랙기업'이라고 말한다. 그 블랙기업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회사들이 나온다. 롯데리아, 유니클로, 카페 벨로체 등등.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서 시작한 인생은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면서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꿈꾸지 소모품 같은 삶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여전히 19세기 자본가의 마인드를 지닌 기업주들이 다수 존재하고 그들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기 일쑤다.

 <블랙기업을 쏴라> 겉표지.
 <블랙기업을 쏴라> 겉표지.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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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아니 지금까지도 이 세상을 풍미하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보여주고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책, <블랙기업을 쏴라>. 이 책을 보노라면 역사가 거꾸로 흐름을 느낄 수도 있고 수많은 기업주들이 가지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시대착오란 무엇인가?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 하는 것은 용서가 될 수 있어도 시대착오는 용서가 안 된다. 시대착오는 그 피해 규모와 여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넘기면서 좀 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시대착오는 실수가 아닌 모럴의 문제라는 것을. 요즘 세상에서 참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글로벌스탠더드'라는 말이다. 세계적 수준의 표준이나 기본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여러 산업 현장과 기업의 노동 현장에서 배신을 당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과 글로벌스탠더드를 외쳐대지만 실제의 현실에선 '글로벌스탠더드'를 비웃듯이 불법과 탈법이 매우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여전히 기업들은 표준을 지키지 않고 착취를 하고 노동자들을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 갉아먹는다. 세계의 보편적 흐름조차, 현대 사회의 상식조차 따르지 못하는 가진 자의 언행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걱정된다. 어디까지 이해하고 감내해야 하는가? 블랙기업. 블랙정부... 한숨을 쉬고 읽고 있노라면 블랙기업에 대한 대처법을 세세히 일러주는 내용이 연이어 나오고, 블랙기업과 싸워 나가는 정치인, 시민단체, 노동자들이 소개된다. 한국과 일본은 사회 문제의 수준에는 차이가 별로 없지만 그것을 의식하고 인식하는 수준에는 분명한 격차가 있다.

국내의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신문 아카하타>의 르포르타주에 찬사를 보낸다. 본받을 만한 저널리즘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뉴스타파 <목격자들>을 제작하는 서재권 PD입니다.



블랙기업을 쏴라

<신문 아카하타> 일요판 편집국 엮음, 홍상현 옮김, 나름북스(2015)


#블랙기업을 쏴라#아카하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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