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JTBC 행을 처음 택했을 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언론인으로서의 신뢰를 지켜온 그였기에, 특정 언론사의 편향된 시선으로 뉴스를 만들 가능성이 큰 종편으로의 움직임이 상당히 의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석희의 <뉴스룸>은 오히려 종편의 이미지를 바꾸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가 JTBC의 보도부문 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그가 진행하는 뉴스를 그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뉴스에 대한 외압을 허락하지 않는 전권 지휘자였다. 때문에 <뉴스룸>은, JTBC의 모기업인 <중앙일보>의 성향과는 다른 뉴스 내용도 전파에 실을 수 있었다. 어느새 <뉴스룸>은 신뢰를 얻었고, 손석희는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뉴스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물론 <뉴스룸>이 전하는 뉴스의 내용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 손석희의 인터뷰이로서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매주 한 번 유명인사들을 불러놓고 손석희가 직접 진행하는 인터뷰가 그것이다. 유명 연예인들이 주로 그 자리를 차지하는 탓에 자칫, 뉴스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석희는 특유의 무게감으로 그런 우려를 날려 보냈다. 오히려 진지하게 자신의 주관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무게 있는 질문과 내용으로 인터뷰를 꾸렸다. 덕분에 예능 인터뷰와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나 <뉴스룸>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을 섭외하는 데 성공하며 그 주목도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강동원 만난 손석희, 이랬다지난 4일 <뉴스룸> 인터뷰에서는 11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다는 강동원이 출연했다. 강동원은 인기에 비해 어떤 예능이나 인터뷰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손석희의 인터뷰에 등장한 것 자체도 화제였다. 백미는 시종일관 진지하게 대답하다가, 마지막에 내일 날씨를 전하며 수줍어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다른 어떤 예능에서도 뽑아낼 수 없는, '뉴스'라는 특수한 상황적인 재미였다.
그의 색다른 매력이 뉴스에서 뿜어질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동원의 이름은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으며, <뉴스룸>에 출연한 강동원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뉴스룸> 출연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 <검은 사제들>의 홍보에도, 그 자신에게도, <뉴스룸> 자체에도 플러스가 되는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육흥복 만난 김주하, 이랬다그러나 화제의 인물을 인터뷰하고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뭇매를 맞은 인물도 있다. 바로 종합편성채널 MBN으로 새로 둥지를 튼 김주하가 그 주인공이다. 김주하는 가수 장윤정의 모친인 육흥복씨를 인터뷰했다. 일단 인물 설정부터가 인터뷰하기에 적합했느냐 하는 비난이 뒤따랐다.
이미 장윤정의 사생활은 만천하에 공개될 만큼 공개가 된 상황이다. 여러 매체를 통한 육흥복씨의 인터뷰도 이어졌고, 장윤정의 심정 고백도 있었다. 이 사건에 더는 대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느냐 하는 지점을 생각해 볼 때, 이전 강용석의 인터뷰처럼 단순히 노이즈를 위해 섭외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육흥복씨는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인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일종의 '가해자'로서 낙인이 찍힌 육흥복씨의 인터뷰는 그저 변명으로 여겨질 공산이 컸다. 그런 견해를 뒤집는 강력한 한 방이 인터뷰 중이었던 것도 아니었다.
"남동생의 월급을 압류, 차압까지 한 장윤정씨가 불우이웃을 위해서 1억 원을 쾌척한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이처럼 김주하는, 오히려 육흥복씨를 이해한다는 식의 질문을 다수 던졌다. 그 탓에 시청자의 공감도 잃어 버렸다. 질문 내용에 촌철살인이나 무게감은 없고, 단순히 육흥복씨의 변명만 늘어놓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날 다른 인터뷰가 있었지만, 두 인터뷰에 대한 극과 극의 결과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캐치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에서 갈렸다. 대중이 궁금해 할 만한 인물을 놓고 '뉴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뽑아낼 수 있는 그림을 제대로 뽑아낸 <뉴스룸>. 이미 대중에게 식어버린 불씨를 가지고 이전과 별다를 바 없는 내용으로 점철한 <뉴스8>. 이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주하가 손석희처럼 뉴스에 대한 전권을 가진 건 아니다. 그러나 김주하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언론인으로서의 카리스마만 가지고는, 뉴스를 살릴 수 없다. 김주하만의 색깔에 더불어, 틀에 박힌 모습에서 탈피한 뉴스를 보여줄 때만이 그 영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JTBC에 대한 인식을 바꾼 손석희만큼, 김주하도 MBN의 이미지를 바꾸는 선봉장이 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