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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루마니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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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에서 나이트클럽 화재로 32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자 내각이 총사퇴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한국시각) 빅토르 폰타 루마니아 총리는 자신의 사임과 함께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폰타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나의 권한을 넘기고 총리직에서 물러나며, 내각도 무조건 사퇴한다"라고 밝혔다.

폰타 총리는 "나의 사임과 내각 사퇴로 거리에 나온 국민들이 만족하기를 바란다"라며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만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결합한 루마니아는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차기 총리를 지명해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집권 사회민주당(SDP)의 리비우 드라그네아 당수도 "이번 사건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아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으며, 이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나이트클럽 화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빅토르 폰타 루마니아 총리의 사임과 내각 총사퇴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빅토르 폰타 루마니아 총리의 사임과 내각 총사퇴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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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500여 명이 모여 록 콘서트를 즐기던 중 폭죽이 천장에 달린 장식품에 옮겨 붙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2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후 루마니아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치권의 부정부패에 있다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 인구 200만 명의 부쿠레슈티에서 시작된 시위는 2만 명 규모로 급속히 커졌고, 티미소아라와 콘스탄차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부패가 살인했다' '살인자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도심 주요 도로를 점거했고, 폰타 총리와 가브리엘 오프레아 부총리 등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루마니아 검찰이 나이트클럽의 출입구와 비상계단을 규정보다 적게 설치했다는 혐의로 업주 3명을 구속했음에도 반정부 시위는 계속됐고, 결국 내각 총사퇴가 발표됐다. 하지만 시위대는 근본적인 정치 개혁과 오는 2016년 12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치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BBC는 '앞으로 더 많은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며 '루마니아는 지난 1989년 거대한 시민혁명으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25년 독재정권을 몰아낸 후 성공적인 반정부 시위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취임한 폰타 총리는 취임 전 변호사 시절 탈세 및 돈세탁을 했던 혐의로 지난 7월 루마니아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기소돼 여론의 사퇴 압박을 받다가 이번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으로 결국 물러나게 됐다.

폰타 총리뿐만 아니라 루마니아는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다. 이번 나이트클럽 화재 참사로 반정부 여론이 폭발하며 강력한 정치 개혁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사 당국이 최근 정치권과 사회 고위층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를 강화하면서 루마니아 사호의 자정 능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번 반정부 시위와 내각 총사퇴도 이 같은 흐름의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패 국가' 루마니아, 달라지고 있다?

 루마니아 반부패 특별수사청(DNA)과 라우라 초드루차 쾨베시 수석 검사의 성과를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루마니아 반부패 특별수사청(DNA)과 라우라 초드루차 쾨베시 수석 검사의 성과를 소개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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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은 이날 루마니아의 부패 척결 움직임을 보도하며 지난 2003년 신설된 '반부패 특별수사청'(DNA)의 활약을 소개했다. DNA는 지난해 전직 총리와 장관, 의원 5명, 시장 24명을 기소한 데 이어 같은 법조계의 검사와 판사도 수사하며 루마니아 국민들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9월에도 부쿠레슈티 시장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고, 앞서 7월에는 루마니아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까지 기소하는 등 성역을 가리지 않는 수사로 부패문화 척결을 이끌고 있다.

DNA를 이끄는 라우라 초드루차 쾨베시 수석 검사는 "우리의 활동으로 루마니아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이제 루마니아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뇌물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라고 밝혔다.

DNA가 정치적 동기로 수사에 착수하고, 도청이나 각본 수사 등 공산주의 시절 비밀경찰처럼 활동한다는 비판에 대해 쾨베시 검사는 "모든 도청은 판사의 승인을 받으며,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의 검찰에서도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사 도구"라고 반박했다.

쾨베시 검사는 "오히려 사회 권력층이 DNA의 활동을 공격하고 있다"라며 "의회는 거의 보름마다 DNA의 수사 권한을 축소하거나 박탈하려는 입법을 추진하고, 언론도 DNA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2014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루마니아가 여전히 이탈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등과 EU 회원국의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쾨베시 검사는 "최소한 정부 기관(DNA)이 변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루마니아#빅토르 폰타#부정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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