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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설악산의 모습
 가을 설악산의 모습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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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포기한 환경부

지난 8월 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강원도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였다. 설악산은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면서, 이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된 곳이다. 그런 만큼 2015년 양양군의 3차 케이블카 계획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거셌다.

설악산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산 중 하나다. 또한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국립공원이다. 그런데 아마 설악산 전체가 천연기념물, 곧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1965년 천연기념물 171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다.

산양을 비롯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 깊숙이 설악산의 봉우리까지 철탑을 박아서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계획은 국립공원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 양양군의 경제성 보고서도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다. 케이블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절차에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표결을 강행했다. 표결 당시 무자격 정부 위원이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환경부는 양양군과 손잡고 비밀 TF를 구성하여 케이블카 사업에 앞장섰다. 4대강 사업, 역사교과서 국정화,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등의 정책 뒤에는 비밀 기구가 있다. 심의기관이 사업자와 손잡았으니, 환경부가 국립공원을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 양양군 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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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문화재 천연기념물, 설악산

국립공원위원회 통과로 끝이 아니다. 케이블카 사업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바로 설악산이 천연기념물, 곧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은 역사적·경관적·학술 가치가 뛰어난 동물·식물·광물·지질 등 특별한 자연유산을 가리킨다. 보존가치가 뛰어난 자연유산이 집중되어 있을 때 넓은 면적을 통째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 국가가 해당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해서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의미다.

설악산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한 1965년 당시 국가기록원 자료에는 다음과 같이 지정취지를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연 상의 피해가 가장 적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 설악산과 그 외 수 개 지역에 불과할 것이니, 이 지역만이라도 우선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여야 될 것이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인구 증가와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의 훼손은 더욱 커졌다. 더군다나 현재 설악산은 해마다 300만 명의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케이블카를 놓고 국가 문화재를 파헤쳐 철탑을 세우겠다니.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문화재인 남대문에는 인위적인 깃발 하나 함부로 꽂을 수 없다. 그런데 수만 년을 이어온 설악산의 자연을 어찌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설악산 입구에 있는 천연보호구역 알림판
 설악산 입구에 있는 천연보호구역 알림판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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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릴 텐가

더군다나 문화재청은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바 있다.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보호구역 카테고리 1a의 수준으로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IUCN 보호구역 분류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생물 다양성 보존을 위해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지역으로, 사람들의 이용과 방문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는 곳"이다. 현재 무분별한 탐방을 제한하는 것이 우선이지 케이블카와 같은 인공시설은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문화재 지정 취지와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르면 설악산에 케이블카는 허용될 수 없다. 인류의 유산이면서 국가 문화재인 설악산에 철탑을 꽂는 것은 산봉우리에 말뚝을 박았던 일제의 만행과 크게 다를바 없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잘못된 결정은 문화재위원회에서 바로 잡혀야 한다.

설악산 오체투지
 설악산 오체투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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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발족
 지난 10월 6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발족
ⓒ 설악산 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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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양양군수의 것도 아니고, 강원도지사의 것도 아니다. 전경련의 것도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것도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경회칙에서 말했듯이 "자연환경은 모든 인류의 유산이며 모든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공공재"이다. 공공재인 자연을 더 빠르고 손쉽게 소비하려는 탐욕의 상징이 바로 케이블카다.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은 종교·환경·노동·시민·장애인 등 사회 각계 120여 개 단체와 300여 명의 개인이 모여 발족한 연대기구다. 11월 14일, 국민 행동은 민중 총궐기에 함께한다.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 국민소송 원고모집을 비롯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칠 것이다.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으로부터 민중 삶의 토대인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 황인철 시민기자는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상황실장입니다.



태그:#설악산, #민중총궐기, #케이블카,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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