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찾아온 경제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을 돌파하게 한 대중국 수출이 최근 무역 절벽으로 돌변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올 9월까지 대중국 수출액은 1020억6400만 달러로 전면 대비 마이너스 3.8%를 기록했다. 2009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 5.1%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번 수출 감소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해서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시발점이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세를 역전할 방법도 정부의 의지도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올 3분기까지 중국 수출액은 1020억6400만달러이고, 수입액은 667억5100만달러로 무역수지는 353억13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 추세는 전년(403억8800만달러)에 비해 약간 준 것으로 판단하면 되지만 문제는 대중국 수출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문제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경제위기이던 1997년 135억7200만달러에서 2014년 1452억8800만달러로 11배 가까이 성장했다. 대중국 수출은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과정 속에 우리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전체 수출액 5596억3200만달러에서 중국의 비중이 1458억6900억달러로 26.07% 가량을 차지했다. 미국(11.09%)과 일본(6.19%)을 합친 수치보다 휠씬 상회했다. 거기에 중국과 더불어 화교 경제권으로 불리는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인도네시아만 합쳐도 그 비중은 43.65%로 급증해 화교권 경제가 우리 수출을 견인하는 원동력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차이완(중국+대만) 등 화교 경제권 간의 유대 강화 등으로 인한 것인데, 이에 대한 대비는 물론이고 구조전환에 무감하다는 데 있다. 최근 중국에서 투자 활동을 펼치고 온 투자전문사의 반기로 대표는 더 이상 중국에게 희망을 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나 조선 산업의 위기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둔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석유화학 산업이나 철강은 워낙 수요가 많았던 중국으로의 수출을 통해 성장했는데, 중국의 이런 수요가 줄면 한국 수입부터 줄인다. 또 한국 조선산업의 효자였던 고부가가치 자원 탐사선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던 시절에 적합하다. 셰일가스 등이 활발해지는 지금은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대중국 수출의 주요 품목을 보면 그런 추세가 뚜렷하다. 올 중국 수출의 가장 크게 두드러진 부분은 수출의 2, 3인 메모리(코드 854232)와 프로세서와 컨트롤러(코드 854231)가 각각 7.8%와 57.1% 성장하는 것을 비롯해 전기회로 부문품(코드 853890)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분만이 수출세를 이어갈 뿐 다른 분야는 대부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경유(코드 271019)나 스티렌(코드 290250)은 각각 마이너스 51.5와 마이너스 43.5%를 기록해 절벽을 실감하게 했다.
반도체 부분의 성장은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 투자 등이 선도적으로 이뤄져 효과를 보고 있지만 반도체 부분의 앞날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생산능력이 490억달러 수준에 달했고, 성장세도 매년 20% 가량이다. 거기에 칭화유니그룹의 샌디스크 인수 등 굵직한 인수가 진행되면서 한국을 위협하면 지금의 좋은 시절이 얼마나 더 진행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LCD 분야의 경우 중국은 한국에서 징동팡(京東方) 등을 인수해 기술을 담보하고, 중국 정부가 패널 자급률을 상향하면서 한국 제품이 설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 기업의 자체의지가 아닌 중국으로 인해 차세대인 OLED 시장으로 내물리는 형국이다. 이런 추세는 현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네이멍구 어얼뚜어스 하이테크 지역에 위치한 징동팡(京東方)의 LCD 공장은 숙소가 부족해 인근 공장의 기숙사를 중장기적으로 임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어얼뚜어스시에는 30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징동팡의 관리자로 일해오는 한국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관리자도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으로 대체되어 가는 상황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뭉치는 화교경제권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 경제의 둔화도 있지만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이해부족과 전략부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금년 1월 통계지만 대만의 대중국 수출액은 67억4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6% 성장했다. 샤먼일보에 따르면 금년 10월까지 둥두(東渡) 해관을 통해 수입된 중국 과일이 6861만달로 전년 동기 대비 66.82% 성장했다고 집계됐다. 이런 상황은 지난 7일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중국 시진핑 주석과 대만 마잉주 총통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2014년 수출액은 3132억2500만달러인데, 그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19억9600만달러로 26.18%를 차지해 한국과 비슷하다. 홍콩 424억6300만달러(13.56%), 미국 348억6500만달러(11.13%), 일본 198억7200만달러(6.34%)인데, 홍콩의 비중을 제외하면 한국과 비슷한 수치로 보면 된다.
양안 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가 수입을 줄이는 추세라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대만 등 화교경제권보다는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화장품 등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를 확대하고, LCD 등은 자국산 비율을 높이는 등 한국의 대중국 수출 장벽들도 적지 않다.
대중국 경제 손놓은 한국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한중FTA 등 의제에 집착한 나머지 세부적인 부분에서의 발전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한중 FTA 효과로 대표적인 것이 석유화학, 기계, LCD, 중소장비 등이다. 하지만 앞서 수출 추세 변화에서 보듯이 이 산업은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산업 연착륙을 준비하는 중국은 더 이상 석유화학 중간 제품을 수입할 필요성이 없다. 철강처럼 자체 생산량도 소화하지 못해 해외로 밀려나오는 추세이며, 기계나 장비 등도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에 중국이 내세우는 농수산물이나 섬유, 의류 등은 백가쟁명의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더 큰 문제는 대중국 미래산업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제품 가격에 절반 정도인 이동전화나 전기차 등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국내 시장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샤오미나 화웨이의 최신폰은 우리돈 40만원 전후로 2배에 달하는 한국 제품에 뒤지 않다. 서비스 시스템의 구축이나 브랜드 마케팅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샤오미의 진출 사례를 봤을 때, 시간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힘들다. 중국 내 자동차 시장도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업체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산업은 관광이나 게임, 방송콘텐츠 등 창의산업이다. 금년부터 한중간에는 관용여권 소비자의 비자면제가 실행되어, 장기적으로 일반여권의 무비자 시대도 멀지 않을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중국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초과하는 시점을 2020년으로 보는 시점도 있지만, 최근 리커창 총리가 2020년 중국 1인당 GDP를 12000달러로 보는 등 낙관적인 시점도 있다.
이 경우 빠르면 2,3년 안에 한중간에 무비자 시대가 도래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폭발적인 관광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대비한 국가 관광 전략 등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지역은 중국인 부동산 매입 절차 강화 등 규제를 생각할 뿐 중국 관광객을 미래 산업 동력으로 만들려는 전략은 없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책에 대한 불신만 심어줘 관광객 유치나 관광 투자유치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많다.
2014년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602만명으로 일본의 2배에 육박했다. 금년에도 메르스 사태로 위기를 맞았지만 9월까지 방한 중국 관광객 숫자는 436만1199명으로 일본(133만2872명) 관광객의 3배 이상으로 차이를 벌렸다. 중국 관광객의 방한 추세는 십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숫자도 지난해 홍콩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 4200만명에 비하면 그다지 크지 않은 숫자다. 문제는 이런 관광객들을 어떻게 한국 경제의 올바른 요소로 소화할 수 있는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지엽말단적인 것에 치중하는 것도 현실이다.
방송 콘텐츠나 인력 등 인재도 한국의 명확한 미래 먹거리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스타 김영희 PD를 비롯해 MBC 예능국의 이민호 부장 등이 잇따라 중국 방송 인재시장에 진출했다. 많게는 수십억원의 수입이 보장되고, FD나 AD 등도 수억원의 연봉이 약속되면서 방송 인력계를 술렁이게 했다. 중국 지식인도 인정하듯이 중국은 지속적으로 '중국 특생 사회주의'를 교육의 중심에 삼기 때문에 문화산업에서 창의적인 인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많지 않다.
중국이 한중 FTA의 선결조건으로 가져오는 농수산품은 한국에게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위험이 되는 고추, 마늘 등은 큰 위협임에 틀림없다. 반면에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중국의 하이엔드 소비층에게 한국은 새로운 기회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 11월 11일 알리바바가 주관한 광군제 행사에서 분유나 한국 화장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한국산 식품의 브랜드화나 유통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신선식품의 빠른 통관은 물론이고 유통은 필수조건이고, 마케팅도 필수과제다. 국내 유통 강자들도 십수년전부터 중국 시장에 들어갔다가 모두 손을 나오는 게 현실이다. 반면에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프랑스 유통업계 까르푸는 아직도 중국에서 선전하는 것이 나타나듯 중국 마케팅의 벽은 단단하다.
한중FTA 같은 의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 전반의 영향력에 관해 국가 전략적인 고려 없이 개방이 선이라는 방식의 일방적인 정책 진행은 이미 시작된 중국 무역절벽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