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어느 날이 떠오른다. 2007년부터 프리랜서로 일해오고 있다. 그날 아침 출근 직전, 상대방의 사정으로 진행 중이던 일이 보류되고 말았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손해를 보게 된 거라 허허 웃으며 상대방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마음이 자꾸 술렁였다. 그날, 그래서 어디든 갔다 오고 싶었다. 그래야만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무작정 용산역으로 갔다. 순천행 기차표를 끊어 선암사에 갔다. 그러나 늦게 떠나기도 했고, 버스 타는 곳부터 물어물어 가다보니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했다. 해 짧은 겨울이라면 도착하자마자 돌아와야만 하는 시간. 그러니 그리 여유로운 여행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게 갔다 오며 마음이 정리되었고, 제때 풀지 못하면 내 몸을 상하게 했을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었다.
그날 선암사를 떠올려 떠날 수 있었음은 다행이다. 그 길에서 참 많은 것들을 만났고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살아갈 힘을 재충전할 수 있었음이 다행이다. 가족들과의 여행도 좋지만 이처럼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떠나면 좋은 것들이 참 많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삶을 돌아보거나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여행 마니아거나 여행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막상 어디에든 갔다 오고 싶은데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선뜻 떠오르는 곳이 그리 많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을 타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이다. 그래서 교통정보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한다. 그러고서도 막상 떠난 길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혼자든, 가족하고든 어디든 여행하고 싶으나 아는 곳도 없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을 그런 책이다.
[공세리성당] 가는 방법: 온양온천역(아산 우리들 의원 앞에서 610번 버스 승차. 인주 파출소 하차/주소: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 길 10/연락처: 041-533-8181/누리집: gongseri.or.kr평택에서 아산만 방조제를 건너 차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히는 공세리성당이 있다. 영화<태극기 휘날리며>와 <고스트맘마>와 드라마 <모래시계><불새><청담동 앨리스> 등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를 꼽으라면 양손을 사용해도 부족할 정도, 중앙부에 높은 종탑을 세운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붉은 벽돌로 뼈대를 세우고 회색 벽돌을 더해 유럽의 성당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이 성당은 1922년 프랑스 선교사 드비스가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었다.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조선말기 순교한 박의서·원서·익서 3형제의 묘가 지금도 남아 있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는 과정을 14개의 조각상으로 만든 '십자의 길'이 있어 많은 종교인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 <기차여행 컨설팅북> '온양온천역' 편에서.
여행으로든, 볼 일 때문으로든 대중교통을 이용해 낯선 지역에 단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절실하게 느꼈을 교통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지들은 기차표 한 장이면 누구나 쉽게 전국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기차역에서 출발한다.
이처럼 '기차역 부근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리면' 식으로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나 알고 있을 버스 번호까지 이처럼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으로 말이다.
이에 덧붙이면, 공세리성당은 지난 시절 국민상비약 중 하나였던 고약, 그런 고약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이명래고약이 탄생한 곳이자, 한동안 고약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생활여건이 좋아져 종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자란 1970~1980년 대만해도 고약 바른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말, 남편과 이 책 온양온천역 편에서 추천하는 외암민속마을에 갔다가 공세리성당에 우연히 들렀다. 종교와 상관없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잊고 있던 터라 그날 공세리성당과의 만남이 매우 반가웠다. 그러나 하필 비가 와 그 아름답고 유서 깊다는 건물을 자세히 돌아보지도, 사진 한 장 만족스럽게 찍지도 못했다.
공세리성당 들어가는 길가 그 마을도 좀 여유롭게 걸어보고 싶었다. 공세리성당의 오랜 역사와 영향 때문인지 뭔가 다른 그 무엇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히는 도로 사정 때문에 서둘러 오다보니 걸어보지 못했다. 이런지라 언젠가 다시 가보자 싶었다. 그것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러나 어떻게 가야 하나? 막연해하던 터라 이런 정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책에서 다루는 역은 57개, 각 기차역마다 적게는 3곳부터 많게는 7곳까지 소개하니 책만 잘 활용해도 우리나라 어지간한 곳은 거의 갈 수 있겠다. 대개 당일치기 코스들이라 더욱 솔깃하다. 당일치기 코스들을 잘 연결하면 장기여행도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을 것. 주말이면 예사로 막히는 도로 사정이 징그러워 떠나지 못하는 일도 이젠 없을 것 같다.
참, 모든 기차역 편마다 특별한 맛 집들을 소개하는데, 아는 사람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아마도 나처럼 (온양온천역에)몇 번이나 갔다 오면서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맛 집 정보가 온양온천역 편에 있다.
▲KTX를 탈 때 순방향과 역방향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차표를 할인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보다 저렴하게 기차를 타고 싶은데, 입석과 자유석은 어떤 좌석인가요? ▲타야 할 기차를 놓쳤어요. 기차표를 변경할 수 있나요? ▲지방에서도 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할 수 있나요? ▲내릴 역을 지나쳤다면 다시 티켓을 구매해야 하나요? ▲장기간 기차여행 시 가져가면 유묭한 물건이 있을까요?▲기차 안에서 디지털기기(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를 충전할 수 있나요? ▲배낭이나 짐을 맡길 곳은 없나요? ▲열차에 물건을 놓고 내렸어요. 어떻게 찾나요? ▲기차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가요? ▲간이역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가볼 만한 간이역을 알려 주세요. ▲시티투어버스 활용 노하우를 알려 주세요 - <기차여행 컨설팅북>에서. 게다가 기차여행 또는 대중교통 여행에 꼭 필요한 이와 같은 알짜배기 정보들까지 다루고 있어서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 같다. 책은 여행 초보자라도 기차표 한 장만 끊으면 어디로든 주저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어지간한 기차역을 중심으로 어지간히 유명한 곳과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보면 좋을 곳들을 알려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다. 내 차로 네비게이션에 의지해가는 여행에선 결코 만나지 못할 대중교통 여행만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무언가 또는 여행의 참맛을 말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대중교통 여행의 매력에 안심하고 푹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여행지들의 교통정보를 담은 <기차여행 컨설팅북> 2권, 3권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차여행 컨설팅북> (변지우 | 윤세은 | 이정선 | 조연정 )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06-07 |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