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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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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가 "서울경찰청이 국정원 댓글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까지 정치관여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국회에 답변했지만 이것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18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김수남 후보자의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 댓글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까지 피고발인들은 정치관여 댓글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어 피고발인들을 불기소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전해철 의원이 "참여연대가 2013년 6월 20일 국정원 댓글사건(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15명을 고발했는데,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실제 정치관여 댓글을 발견했다는 것을 확인했는가?"라고 질의한 데 따른 답변이었다.

하지만 김수남 후보자의 답변 내용은 지난 2013년 6월 1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기소한 공소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의 '김용판 공소장'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 댓글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이미 국정원 직원의 정치관여 댓글 작성·게시를 확인했다고 기술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김용판 공소장' 중 일부.
 검찰의 '김용판 공소장'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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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김용판 공소장' "정치이슈 글 작성·게시 다수 확인"

당시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은 지난 2012년 12월 14일 오후 8시-9시께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메모장 문서 파일' 1개를 발견했다.

이 메모장 문서파일에서는 ▲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방식 ▲ 베스트 게시판과 베스트 오브 게시판 게시물 선정 지원 혹은 저지 방법 ▲ 30개의 아이디와 닉네임 ▲ '뽐뿌'나 '보배드림', 'SLR클럽'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이적단체강제해산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서둘러 주세요' 등의 글도 발견했다.

디지털증거분석팀은 바로 30개의 아이디·닉네임을 검색어로 활용해 인터넷에서 이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작성된 게시글을 확인했다. 특히 30개의 아이디·닉네임과 연계된 아이디·닉네임 10개를 추가로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드디스크의 인터넷 접속 기록에서는 김아무개씨가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 등에 수만 건 접속한 사실이 드러났다. 메모장 문서파일에서 발견된 '이적단체강제해산법 제정이 시급합니다',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서둘러 주세요' 등의 글도 김아무개씨가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것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김아무개씨가 '노트북 MAC 주소 변경 방법' 등을 검색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MAC(Media Access Control) 주소란 모든 디바이스들이 통신하기 위해 갖게 되는 고유의 주소값을 의미하는데, MAC 주소 변경 방법을 검색했다는 것은 IP 역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여서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 국정원 직원 등 전문가의 업무수행 관련성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디지털증거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날(12월 15일)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은 "복구된 메모장 문서파일에서 김○○이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는 아이디와 닉네임이 수십 개 나왔고, '오늘의 유머' 등 정치적 이슈가 논의되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 기록이 수만 건 확인되었고, 메모장에서 나온 아이디·닉네임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이 아이디·닉테임으로 작성한 글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김용판 당시 청장에게 보고했다.

또한 디지털증거분석팀은 김용판 청장이 국정원 댓글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기(12월 16일 오후 11시) 직전인 12월 16일 아이디·닉네임 40개와 하드디스크 인터넷 접속 기록 URL 등을 활용해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김아무개씨와 그의 특수관계인들이 '오늘의 유머' 등 몇 개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집중적으로 들어가 여야 정당과 대선후보에 관한 게시글 등 '정치적 이슈'에 관한 글을 작성하고 게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수남 후보자는 "서울경찰청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까지 정치관여 댓글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답변했지만,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은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 정치관여 댓글을 '다수' 확인한 것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의 서면답변서.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의 서면답변서.
ⓒ 전해철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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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 의원 "김 후보자는 김용판 공소장을 부정하나?"


또한 김 후보자는 서면답변서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하드디스크에서 복구된 메모장 문서파일에 '저는 박근혜를 찍습니다'라는 문건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8월에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김용판 청문회)에서 '저는 박근혜를 찍습니다'는 글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전해철 의원은 국정조사(2013년 8월 16일) 당시 "하드디스크에 있는 '저는 박근혜를 찍습니다'는 글이 지지 글 맞지요?"라고 물었고, 김용판 전 청장은 "저는 지지의 글이 맞다고 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전 의원이 "이게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것 아세요?"라고 묻자 김 청장은 "나중에 보고받았다, 저것은 열람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라고 답변했다.

'저는 박근혜를 찍습니다'는 '숲속의 참치'라는 아이디로 작성됐다. '숲속의 참치'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관리했던 40개의 아이디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김용판 전 청장은 국정조사에서 "당사자가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단순 열람했다"라고 거짓답변한 것이다. 경찰도 수사 당시 이것이 '게시'한 것인지, '열람'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증거에서 배제했다.

결국 김 후보자가 거짓답변했고, 검찰이 참여연대의 고발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처분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일(19일) 열리는 인사청문회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해철 의원은 "김용판 전 청장 공소장에 따르면, 중간수사 발표 전에 정치관여 정황을 발견했는데 김 후보자의 답변 내용은 검찰의 기소내용에도 반한다"라며 "김 후보자는 검찰의 김 전 청장 기소 내용을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피고발인들을 무혐의 처분했다"라며 "당시 검찰이 충분히 수사한 후에 무혐의 처리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처음부터 이들을 기소하지 않고 김 전 청장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것은 애초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준다"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고발사건 불기소 처분, 당시 지검장은 김수남 후보자

앞서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013년 6월 14일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용판 전 청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증거분석 결과 국정원의 정치관여 증거와 단서를 발견하고도, 최현락 수사부장과 이병하 수사과장 등을 통해 이를 숨긴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였다. 하지만 김 전 청장과 공모한 최 부장과 이 과장 등은 입건하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상관의 지시라고 처벌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 상관의 지시에만 따르면 불법행위도 면책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라며 최 부장과 이 과장 등 경찰관 15명을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가 김 전 청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1월 29일)을 받은 직후인 지난 1월 30일 이들을 모두 불기소처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김수남 후보자였다(2013년 12월-2015년 2월).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김수남, #국정원 댓글사건, #김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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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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