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 '싸움구경'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럼,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은 어떤 책일까요? 바로 '남의 일기책'입니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과제로 내주는 곳이 많지 않아 이런 일이 드물겠지만 친구가 선생님께 일기장을 내기 전에 살짝 훔쳐보는 재미는 두근두근 스릴만점. 비밀을 캐내는 희열까지 있습니다.
부모가 되어서는 아이의 일기장을 살짝 훔쳐보며 아이의 생각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쏠쏠하지요. SNS가 현대인들에게 중독 문제를 일으킬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런 '훔쳐보기'의 재미가 만드는 유혹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스마트폰 앱에서 '뇌구조 테스트'라는 앱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의 생각을 읽으면 교육하기에 좋을 것이고, 사업가가 비즈니스 파트너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성공에도 유리하겠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에도 좋겠네요. 면접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편할까요. 물론, 생각 읽기는 도박이나 사기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부단히 남의 생각을 읽어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 '심리학' 등은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려는 시도로 비롯된 학문이며 '최면술', '거짓말 탐지기' 등은 생각을 찾아내려는 구체적인 기술인 것입니다.
'로랑 모로'의 <무슨 생각하니?>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다소 철학적이지만 가벼운 일상으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그림이나 글이나 모두 묘사는 없습니다. 은유가 있지요. 그림책의 모든 그림은 인물 소개처럼 등장인물의 초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글은 등장인물의 하고 싶은 일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림은 그 일을 그림으로 구체화 시키지요. 등장인물의 생각을 읽기 전에 우리는 먼저 표정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플랩북'(책장의 덮힌 부분을 펼쳐서 읽도록 만들어진 책)으로 만들어져 있거든요.
책장을 넘겨 아나엘을 만나면 "아나엘은 단 것을 먹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나엘의 옷이 체리 그림으로 가득 차 있네요. 단 것을 못 먹어 우울하게 보이는 아나엘 얼굴의 플랩을 펼치면 머릿속이 보입니다. 온통 체리 케이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곁눈질하며 앙뚜안을 바라보는 로잘리도 만납니다. 로잘리는 앙뚜안에게 반했답니다. 로잘리의 생각은 앙뚜안이 다가오는 행복한 상상뿐이지요. 질투심에 사로잡힌 마리의 머리는 뱀으로 가득합니다. 책을 읽으며 하늘을 나는 상상에 빠진 로라,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뤼시앙 할아버지, 일 생각 밖에 없는 장 아저씨, 저마다 다른 생각들로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생각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듭니다. 생각이 행동을 지배하니까요. 아름다운 행동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듭니다. 행동은 전염되기 마련이니까요. 행동이 왜 전염될까요? 타인의 행동은 나에게 또 다른 생각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세상을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 아름다운 생각이 있어야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서는 광장 가득히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사람들을 찾아보라네요. 숨은 그림 찾기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세상 곳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 만들어집니다. 마리처럼 생각이 온통 질투심으로 가득하다면 다툼만이 가득한 세상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장 아저씨처럼 온통 일 생각만 한다면 세상은 삭막하고 우울해질지도 모르구요. 사랑하고 상상하고 도전할 생각들이 많아 질 때 세상은 변화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무슨 생각을 하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