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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일어난 신한류열풍은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세계적인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한류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는 쉽게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금액이다. 특히 산업사회의 발전과 대중매체의 보급, 경제수준 향상 및 여가시간 확대에 따라 문화 민주주의가 실현되면서 대중문화의 상업적 가치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그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꽤나 탄탄하다.

그러나 정작 대학로와 홍대 등 문화의 다양성을 꽃피워 온 지역에서는 치솟는 임대료와 상업화의 흐름에 따라 둥지를 틀었던 예술가들이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문화적 개성을 가진 공간에 외부인구와 자본이 유입되면서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은 떠나고 지역적 특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고 하는데,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이란 생각과 이익만을 좇는 개발이 이런 현상을 야기하곤 한다. 덕분에 대학로에서는 연극이, 그리고 홍대에서는 문화가 떠나가고 있는 처지이다.

소극장협회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임대시장에 나와 있는 소극장이 대학로에서만 40여 곳이 넘는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임대료와 극심한 상업적인 경쟁 속에서 소자본의 연극인들이 도심 외부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종의 해결책이었던 지자체의 문화육성정책이 외부인구의 유입에 따른 대관료 상승과 상업화 바람을 불러와 예술가들의 여건은 오히려 불리해졌다.

홍대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다. 홍대 역시 저렴한 임대료와 미술대학 앞이라는 특성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으로 문인과 디자이너, 미술가, 인디밴드가 활동했던 공간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으며 상권 변화속도 역시 눈에 띄게 빨라졌다. 홍대만의 고유한 문화를 형성한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받기도 전에 쫓겨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울 도심 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대학로와 홍대 뿐 아니라 신촌, 종로, 북촌에 이어 서촌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새로운 상권이 떴다 하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하며 임대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거듭되며 결국 지역 특유의 독특함이 사라지며 획일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소비자는 획일화된 상권의 피해자가 된다. 최근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서울의 명소들이 그 매력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예술의 상업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핵심 이데올로기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자유경쟁을 지향한다. 시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는 경기장이기도 하다. 예술 역시 이러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결국 시장원리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고급예술의 대중화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부자로 만들어주며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우리는 예술작품을 통해 연달아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 즉 예술문화 사업의 창구효과(window effect)에 주목하고 예술을 '산업화'할 필요가 있다.

다만 예술의 상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술 그 자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경우 예술의 상업화에 따른 대가가 올바른 대상(예술가)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예술이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올바르게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치고 제도를 정비한다면 그 경제적 이익은 훨씬 증가하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렇게 문화가 활성화되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며, 우리 소비자들은 이러한 문화 지역의 예술가들이 그들의 입지를 위협받지 않도록 '올바른 소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거나 기존의 예술가들을 위한 건물 혹은 장소를 지정하고, 예술가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의 더 실효성 있는 문화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여야만 한다. 예술가들의 '둥지'가 위협받지 않고 독특한 지역 문화가 보존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홍대#대학로#문화/예술#문화의 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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