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뉴스 속에는 꼭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통해서는 복잡하게만 보였던 뉴스의 본질이 명확하게 나타나기도 하죠. PT뉴스 시즌2에서는 화제의 인물을 통해 뉴스의 본질 또는 그 이면을 PT해보려고 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PT뉴스에 알려주세요!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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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연의 PT뉴스] 1편 현실 속 구고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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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연의 PT뉴스] 2편 현실 속 구고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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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노무사를 직업으로, 또 다른 한 사람은 부천비정규직센터장을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도, 키도, 성격도 전혀 다른 두 남자에게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만화 <송곳>의 주인공 '구고신'입니다.
이종명 부천비정규직센터장은 '구고신'과 판박이입니다. 부드러운 듯 매서운 눈매에 살짝 드러난 이마, 야무진 입매, 강단 있는 체구까지. 이 센터장을 보고 그리면 그대로 구고신이 튀어나올 듯 합니다. 김재광 노무사에게서는 '구고신'의 말투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동네 형 같이 친근하면서도 핵심을 찌르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다가도 냉철하게 잘라 말할 줄 압니다.
<송곳>의 최규석 작가는 "이 분들이 구고신의 모델이 됐다, 이 분들이 조명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두 분을 적극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 시대의 '송곳' 같은 인간이며, '송곳'을 바로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며, '송곳'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현실 속 '구고신'이 이들이라는 거죠.
"'송곳 같은 인간'은 어디에나 있다"자기 월급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사람 임금 받아주고, 부당하게 정년퇴직 당한 이들 구제하고,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들 손 잡아주고. 20여 년 긴 세월 동안 그렇게 살아온 두 분입니다.
그럼에도 김 노무사는 "우리가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고 시덥지 않은 일은 한 것도 아니고, 적당히..."라며 "<송곳>에서 '너무 위대해지지 맙시다'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참 좋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송곳 같은 인간'은 어디에나 있다"고요.
이 센터장은 "도저히 못 참겠다며 튀어나오는 송곳 같은 사람이 노조를 만들다 보면 한두 명씩은 꼭 있다"라며 "(드라마, 만화 <송곳>이)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일을 꾸준히 하는 그런 분이 정말 많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노무사도 "세상이 이 지경이라고 좌절하는 분도 있겠지만 세상에 여기까지 오게 한 많은 사람들, '구고신, 이수인' 같은 사람이 여러분 생각보다 많다"라며 "그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조명 뒤편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는 수백, 수 천 명의 '송곳'이 있으니,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요.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하나의 바퀴라는 데에서 노동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한 이 센터장은 "노조 하는 사람들은 자기 권리를 위해 싸우는 거 같지만 결국 이건 내 권리를 신장 시키는 거다, 그들의 싸움을 지지하면 내 권리가 올라간다"라며 노조 활동에 대한 지지도 요청했습니다.
김 노무사는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내 일'이 될 공산이 큰데, '내 일'일거라고 생각하면 그런 일이 닥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노동개악'이 남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겠지만, 남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할 거"라고 말합니다. 이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가 당하는 부당한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생>은 체제 순응적, <송곳>은 체제 저항적... 엄연히 다르다"만화 <송곳>은 JT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됐습니다. 숱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지만, 11월 29일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2,0%(닐슨코리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우리 사회 '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미생>과 비교되기도 했는데 인기는 <미생>에 미치지 못한 거죠.
"<송곳>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았겠죠. 그러나 <미생>과 <송곳>은 엄연히 달라요. 죄송한 말로 <미생>은 체제 순응적인 작품입니다. 순응하며 고통당하는...그래서 내 얘기 같고 익숙하죠. 그런데 <송곳>은 체제 저항적이에요. 동의하면서도 불편할 수 있죠. 송곳같은 사람들 얘기니까요." 김 노무사의 말입니다. PT뉴스가 만난,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두 남자의 조금 '불편한' 이야기. 함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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