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으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8일(현지시각)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주장하고 나선 트럼프를 향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disqualifying)"라며 강도 높게 비판,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회견에서 "트럼프의 선거 운동은 쓰레기통에 들어갈 만큼 저질이며, 그의 발언은 모욕적인 독설들"이라며 "대통령의 임무는 헌법을 보호하는 것이며,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거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대선 상대인 공화당의 특정 후보를 겨냥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그만큼 트럼프의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앞서 제이 존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도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은 대선주자로서 무책임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전날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테러 위협을 완전히 이해하고 행동에 나설 때까지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화당·유엔도 비난 가세... "오히려 테러 자극"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 비판에 가세했다. 공화당을 이끄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와 다르며, 미국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의 주장은 보수주의도 아니다"라며 "과격한 극단주의 이슬람의 공격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리의 동맹 가운데 훌륭하고 많은 이들이 바로 무슬림"이라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도 "(트럼프의 주장은) 가장 보호받지 못하고 전쟁의 희생자인 난민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어 우려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론의 화살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이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월드트레이드 센터 테러(9·11 테러)를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미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미국에 들어와 우리의 빌딩이 무너지고, 도시가 파괴되기를 원한다"라며 "미국이 더 엄격하게 국경을 통제하지 않으면 파리와 같은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트럼프는 파리 테러, 미국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 등 최근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이용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무슬림을 비난하면서 강경 보수층의 표심 결집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슬림 사회를 모욕하는 트럼프의 발언이 오히려 이슬람 테러단체를 자극해 미국의 안보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