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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영국의 입국 금지 온라인 청원 돌풍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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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최근 무슬림 전면 입국 금지를 주장한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영국 입국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이틀 만에 20만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영국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영국의 지역활동가 수잔 켈리가 시작한 트럼프 입국 금지 온라인 청원은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다. 영국에서 온라인 청원이 1만 명의 서명을 받으면 정부는 답변 의무가 있고, 10만 명이 넘으면 의회에서 토론해야 한다.

켈리는 청원에서 "그동안 영국은 '증오 발언'(hate speech)을 한 수많은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해왔다"라며 "이것은 부자든 가난하든, 강자든 약자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는 성명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테러 위협을 완전히 이해하고 행동에 나설 때까지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전날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을 통해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례적으로 상대 당 후보의 대선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지도부도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무슬림 입국 금지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와 다르며, 미국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공화당 떠나 제3당 출마할 수도"

그러나 해외 순방에 나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대신해 의회 질의에 나선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입국 금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스본 장관은 "트럼프의 발언과 같은 견해들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은 그를 토론에 참여시켜 무슬림 미국인과 무슬림 영국인의 공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왜 심각하게 틀렸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유엔, 프랑스, 캐나다 등 외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럼프가 다른 누군가처럼 오히려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라며 "우리의 유일한 적은 급진 이슬람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을 철회하거나 해명하기는커녕 대선에서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며, 제3당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공화당 지도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무소속이나 제3당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아 "나는 정말 원치 않는 선택이지만, 만약 경선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그것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가, 여론조사 결과 당내 대선 후보로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가 탈당한다면 공화당의 차기 대선은 더욱 어려워져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