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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본관 앞에 차려진 농성장의 12월 11일 오후 3시 30분 모습. 하지만 경찰이 집회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11일 오후 집회금지 통보가 예정됐다
 삼성 본관 앞에 차려진 농성장의 12월 11일 오후 3시 30분 모습. 하지만 경찰이 집회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11일 오후 집회금지 통보가 예정됐다
ⓒ 삼성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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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아래 가대위)의 삼성본관 앞 노숙농성이 중대기로에 섰다. 정애정 간사와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 등은 삼성 측의 일방적인 백혈병 피해 보상위원회 발족에 항의하며 3개월 간 진행해온 바 있다.

앞서 경찰과 관할 구청은 인근 상가와 삼성측의 민원에 따라 지난달 27일 농성장을 철거했다. 이후 다시 농성장이 꾸려지자 지난 4일 또 농성장을 철거했다. 이에 농성자들이 다시 농성장을 차렸지만 지난 10일 경찰이 집회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11일 오후 집회금지 통보가 예정돼 있다(관련 기사 : 삼성본관 앞 농성장 철거 "삼성, 더 큰 비난 받을 것").

하지만 정애정 간사와 삼성일반노조는 "경찰의 집회금지 통보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계속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집회금지 통보 예정, 피해자 유족·삼성일반노조 반발

지난 9월 9일부터 시작된 삼성본관 앞 24시간 농성은 관할 서초경찰서에 한 달 단위로 집회신고를 한 후 진행되고 있다. 이에 삼성일반노조는 지난 10일 서초경찰서에 다시 집회신고를 했다.

하지만 서초경찰서 측은 삼성일반노조에 통보한 보완 요구 사항에서 "집회신고용품 중 취사도구, 천막, 비닐, 스티로폼은 집회 목적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집회용품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한 "차량 3대도 집회내용과 무관하게 차로상 24시간 장기주차로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있어 역시 신고용품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완내용을 '11일 오후까지 신고하지 않으면 집회금지 통보를 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일반노조와 정애정 간사는 "추운 겨울 24시간 농성에서 이같은 보완 통보는 사실상 집회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백혈병 유족과 삼성일반노조의 삼성본관 정문 앞 노숙농성을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방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도 삼성자본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권력을 남용한 서초경찰서를 개탄한다"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농성장 철거에서는 정애정 간사가 길바닥에 깔린 현수막 위에 누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10개월 투병 후 2005년 7월 숨진 남편 고 황민웅씨의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이 커터칼로 철거된 것에 항의한 내용이었다.

백혈병 피해 유족 정애정씨는 왜 삼성본관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벌이나

초등학생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정애정 간사는 아이들까지 돌보지 못한 채 왜 추위를 무릅쓰고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려는 것일까?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8년간 논란이 이어져오던 삼성백혈병 보상문제는 지난 7월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아래 조정위)가 "삼성전자가 1천억 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해 법인이 주체가 되어 해결책을 실행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타는듯 했다.

하지만 삼성 측이 지난달 9월 초 '보상위원회'를 발족하자 가족대책위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6명의 피해자 및 유족으로 발족한 가대위가 삼성 측의 일방적 보상위 구성에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정애정 간사 외 나머지 5명은 이후 삼성 측과 보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반올림에 제보한 일부 피해자들도 현재 보상위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애정 간사는 "지난 9월 1일까지만 해도 무릎을 맞대고 삼성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 교섭 대표와 당사자 협상을 했지만 삼성측이 당사자 협상의 신뢰를 깼다"며 "9월 3일 당일 언론기사를 보고서야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보상위원회 발족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삼성 측은 9월 3일 일방적 보상위원회 발족을 언론에 알리기 몇 시간 전, 가대위 대표에게만 이 사실을 통보하면서 피해자들이 내부논의 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며 "이는 상호신뢰와 당사자협상의 원칙을 어기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피해자에게만 보상위원회 발족 사실을 몇 시간 전에 통보하 듯 알려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애정 간사는 "당시 언론보도를 접하고 삼성측 교섭대표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통화로 일방적 보상위원회발족에 문제제기와 항의를 했지만 삼성측은 '피해자 대표에게 미리 통보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피해자 내부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책임전가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대위 대표는 당초 삼성측의 일방적 보상위 발족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내기로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성명을 내지 않고 삼성측의 보상위에 동의하면서 결국 나 혼자 노숙농성을 이어가며 삼성측에 사과와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당초 가대위 다른 피해자들은 삼성의 일방적인 보상위원회 발족에 대한 정애정씨와 함께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규탄성명서를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하지만 삼성전자에 반하는 문제제기로 인해 삼성전자와의 교섭이 막혀 보상금 지급이 늦어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대위 구성원들은 삼성전자 교섭위원들이 원하는 대로 삼성전자의 일방적인 보상위원회 발족을 묵인해 주고 정애정씨의 노숙농성을 외면하는 비양심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대위 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자와 유족 구성원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반올림에서 나와 가대위를 따로 구성한 것은, 반올림이 피해당사자 입장에 앞서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 하는 데 주력하면서 보상이 지연됐기 때문이었다"며 "정애정씨를 제외한 나머지 가대위 유족들과는 보상위에 동참하는 것으로 뜻을 모은 것이다. 정애정씨의 주장은 유족들에게 다시 반올림 때로 되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삼성 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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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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