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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서울 용산기지에서 탄저균 실험을 15차례나 실시했던 것으로 최종 확인돼, 그동안 탄저균 실험이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 진행됐다는 주한미군의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또 지난 4월 사균화된 탄저균 샘플(표본)이 한국에 반입됐을 때 페스트균 검사용 표본이 함께 들어온 사실도 처음 공개됐다.

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 사고와 관련해 한미 공동으로 구성된 '한미 합동실무단'은 17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오산기지 탄저균 실험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이뤄진 탄저균 실험, 모두 16차례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합동실무단이 지난 8월 6일 사고현장인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에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 탄저균 배송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한미합동실무단이 지난 8월 6일 사고현장인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오산기지 내 생물식별검사실에서 공동조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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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실무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산기지에서 모두 15차례의 사균화된 탄저균 검사용 표본을 반입해 분석하고 식별장비의 성능을 실험했으며 교육훈련도 진행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에지우드 화생연구소에서 발송된 탄저균 표본이 지난 4월 29일 오산기지에 반입돼 실험된 것까지 합하면 한국에서 이뤄진 탄저균 실험은 모두 16차례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탄저균 표본이 잘못 배달되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탄저균 실험은 처음이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주한미군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다.

합동실무단 관계자는 "용산 기지 내 병원에서 실험이 진행됐으며, 현재 이 시설은 남아 있지 않다"며 "오산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실험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합동실무단은 15차례 실험에 사용된 탄저균의 양은 군사기밀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페스트균이 반입된 것은 이번 합동실무단의 조사로 처음 밝혀졌으며, 주한미군은 그동안 페스트균 표본 반입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주한미군이 탄저균을 반입하는 동안 사균화 여부에 대한 검사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현행 미군 물품 반입 과정의 허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행 SOFA 규정에 따르면, 고위험 병원체 반입허가 등에 대한 사전 신고절차는 있지만 비활성 탄저균은 반입신고 제외대상이다.

지난 4월 오산 기지에 탄저균 샘플이 반입될 때 포장용기 내에 사균화된 탄저균과 페스트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첨부 서류가 동봉돼 있었기 때문에,  한국 세관은 이 샘플에 대해 아무런 검사를 하지 않았고 주한미군 역시 한국에 탄저균 샘플 반입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실무단의 장경수 한국 측 단장은 "반입할 때 포장 용기 내에 사균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첨부 서류가 동봉됐다"면서 "주한미군에 들어오는 것은 검사를 생략하고 통과됐다"고 밝혔다.

장 단장은 이어 "주한미군의 생물학 탐지·식별·분석체계인 주피터(JUPITER) 프로그램의 목적과 반입 때 첨부한 서류·관련 인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주한미군은 활성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을 반입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합동실무단 조사활동에 참관한 고려대 미생물학교실 송기준 교수는 "인체 위해성이 될 만한 사항은 하나도 없었다. 탄저균 포자는 실험실에서 감염되기 어렵다"면서 "일반 탄저균 포자는 엉키기 때문에 공기 중에 떠서 감염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20일과 26일 오산기지 실험에 노출된 미국인 22명은 60일간 증상 모니터링을 한 결과 어떤 감염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장 단장은 전했다.

한편 한미는 이날 열린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에 주한미군 생물학 검사용 샘플의 반입 절차를 문서로 만든 합의 권고안을 제출했다.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면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검사를 할 수 있는 내용도 반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의 권고안은 외교부 북미국장과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서명하면 효력을 발생하게 되고 SOFA 부속문서로서 효력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탄저균#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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