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덕덜커덕 둥둥둥둥, 삐~이~이~익!..."
심장이 고동치는 듯 꺼지지 않는 기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기차역 뒤편에 가면 기차정비 선로가 따로 있다는 사실, 관심 있게 안 보면 잘 모른다. 멈춘 기차에서 엔진 정비를 테스트하는 역무원 노동자들의 일손이 분주하다. 한반도의 가장 끄트머리 종착역인 코레일 여수차량사업소를 16일 찾았다.
기차 운전대... 있다? 없다?
여객 운송수단인 비행기, 배, 자동차, 기차 중 유일하게 운전대가 없는 것은? 기차다. 기차는 원래 어느 기관차나 운전대가 없다. 그래서 기차운전은 자동차와는 달리 핸들조작도 없단다. 선로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모든 운전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있다.
그럼 기관사의 업무가 뭐냐고? 대충 이런 일을 한다. 출발과 정차 시 전·후진과 제동 시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비탈이나 곡선구간에서 속도와 선로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 1등 기관사의 테크닉이다. 예전에는 기관사와 부기관사 두 명이 탔지만 지금은 기관사 혼자 조작이 가능토록 제작됐다.
전라선 첫 출발지인 여수는 KTX, ITX, 누리로, 무궁화호가 운행 중이다. 처음 서울까지 약 7시간 걸리던 기차여행은 지금은 2시간 50분대로 단축됐다. KTX 덕이다.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인 ITX 역시 세월의 변화에 따라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라선이 생긴 이래 지금껏 단 한 건의 사고도 없던 여수 코레일. 그 속엔 이곳 역무원들의 역할이 컸다. 그동안 명칭도 많이 바뀌었다. 2007년 이름이 바뀐 여수차량사업소는 철도차량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한다. 직원 38명이 24시간 일한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다 보니 업무가 막중하다.
밤낮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기차의 안전을 위해 열차가 도착하면 반드시 전체적인 기동상태를 체크하는 게 주 업무다. 열차 운행 전 점검을 마쳐야 한다. 이들의 꼼꼼한 정비보수 노하우는 자원봉사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여수차량사업소 코레일 차량 일꾼들이 참여하고 있는 '미리내 봉사단'를 보면 은하철도 999가 떠오른다. 이들은 사회공헌활동으로 지역사회 중증장애인을 돕고 있다.
무사고 철도정비사들의 따뜻한 '이웃사랑'
코레일 여수차량사업소 사회봉사단 김연중 단장은 "몸은 성인이지만 지적 수준이 5~6세에 멈춰있어 가끔 토라지기도 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라 격의 없이 지낸다"면서 "친구들과 인연을 맺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부르는 한 지속적인 연을 맺고 싶다, 내년부터는 여수시와 함께 행사를 진행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피력했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미리내 봉사단이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 프로그램에 매월 후원과 봉사를 한 지도 4년이 흘렀다. 2012년 장애우들과 기차를 타고 떠난 곡성기차마을 '해피트레인'이 인연이 되었다. 또 특별활동, 생일잔치, 카트 타기, 도예, 영화 관람 등 장애인들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특별한 전시도 기획했다. 미리내 봉사단 김준일 기술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흙 이야기' 작품전시회가 마침내 지난 14일 여수엑스포역에서 열렸다. 봉사단의 도움으로 중증장애인 25명이 1년간 공들인 도예 및 미술작품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서, 코레일로 여수를 찾는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아쉽게도 18일 전시회가 끝난다.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 프로그램은 장애 1, 2급 중증장애인을 위해 개설됐다. 일상생활활동, 교육활동, 여가생활지원, 특별활동, 생일잔치, 사회적응훈련, 가족지원, 이용자 관리로 운영되고 있다.
여수장애인복지관 김희란씨는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전시회를 마련하게 되었다"며 "이들이 전시회를 통해 자신감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천중근 관장은 "끊임 없는 관심으로 후원과 봉사를 실천하고 전시회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신 한국철도공사 여수차량사업소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