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가루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을까?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대표가 다시 합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도발적인가.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 이야기다. 실제로 쇳가루를 연료로 이용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제프리 베르그토르손 교수팀은 미세한 금속입자를 연료로 사용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응용에너지> 학회지에 발표했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불꽃놀이를 상상해보자.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불꽃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화약을 태우면 검은 연기만 날 것이니 이 용도로는 적당치 않을 것이다. 그럼 뭘까. 바로 금속입자다. 밤하늘을 수놓는 환상적인 붉은색, 푸른색, 녹색의 불꽃은 바로 금속입자가 공기와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 20세기 중반 로켓의 추진연료로 금속입자가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니 쇳가루를 자동차 연료로 쓴다는 계획이 그리 잠꼬대 같은 소리는 아닐 것이다.
맥길대 연구팀은 미세한 쇳가루를 태우면 휘발유를 태울 때처럼 불꽃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쇳가루는 공기와 반응해 산화물이 되면서 불꽃을 만든다. 금속입자는 공기와 반응하면 대부분의 산화 반응처럼 열을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가 연소하면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되면서 대기 중에 달아나는 것과는 달리, 쇳가루 연소물은 대기로 달아나는 것 없이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니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된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청정한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화물수송과 국제 에너지 교역 등에서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바이오 연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하다. 수소는 크고 무거운 탱크를 필요로 하고 폭발위험도 높고, 배터리는 너무 부피가 커서 이런 용도로 적당하지 않다."('Could metal particles be the clean fuel of the future?', <사이언스 데일리> 12월 9일 치 기사 중에서)이 연구책임자인 베르그토르손 교수는 말한다. 이어 그는 "재생 가능한 금속가루를 사용하면 청정한 형태의 1차 에너지원으로 저장할 수 있다. 화석연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이 기술이 당장 상용화될 것 같지는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쇳가루를 안정적으로 연소할 수 있는 버너를 개발해야 한다. 이외에도 내연기관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으니 자동차용 외연기관도 제작해야 한다. 외연기관이란 증기기관차처럼 외부의 열원을 이용해 수증기를 가열하고 그 힘으로 원동기를 돌리는 장치를 말한다.
이 방식은 핵발전소부터 화력발전소까지 전기를 생산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연소 후 부산물로 회수되는 산화철을 재생하는 설비도 필요하다. 이쪽으로는 석탄을 사용하는 방식 외 혁신적인 기술들이 개발되어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을 전망이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쇳가루를 비롯한 금속입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값싼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가까운 미래에 쇳가루가 화물차의 엔진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기엔 해결해야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렇지만 에너지를 저장하는 청정한 방법으로서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는 기관 목록이다. 캐나다 과학기술 및 공학 위원회, 캐나다 국방부, 미국 방어위험감소청, 캐나다 우주청, 유럽 우주청(ETA) 등이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게 하는 이 기관들은 금속입자가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ecotown.tistory.com)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