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 야권 강세지역으로 손꼽히는 서부산권을 둘러싼 여야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 여당의 독식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서부산 탈환에 나선 야당에 맞서 여당도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수성 채비에 나섰다.
낙동강 연안에 있는 서부산권은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조경태 의원이 당선된 곳. 해운대를 비롯한 동부산권에 비해 낙후되었다는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크고, 주거·교육 환경 등이 특히 뒤처진다는 불만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야당은 서부산권에 대한 여당의 홀대가 지역 발전 저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28일 오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서부산권 예비후보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겠다"며 합동 출마선언을 열었다.
문재인 당 대표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배재정 의원(사상구)을 포함해 최인호(사하갑), 전재수(북강서갑), 정진우(북강서을) 예비 후보가 참석한 자리에서 이들은 "더 이상 서부산은 새누리당의 텃밭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야당은 지난 지방선거 결과를 그 근거로 든다. 사실상 여야 대결로 치러진 지난해 6월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서부산권인 강서구와 북구, 사상구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서병수 시장을 따돌렸다. 기초의회에서도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번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서부산 공략을 위해 대중교통망 확충과 주거·교육 환경 개선, 가덕 신공항 유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KTX 구포역 정차 확대와 도시철도 연장, 행복주택 등 서민 주거 안정 대책, 국립 청소년 생태체험 수련관 조기 착공 등이 핵심 공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기존에 빼앗겼던 2석마저 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보인다. 앞서 지난달에는 김무성 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지역구인 사상구에서 서부산 발전을 위한 전략회의까지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서부산 발전 방안을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에 더해 서병수 시장은 최근 시청 서부산청사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출자출연기관들의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허남식 전 시장도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아직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허 전 시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의 지역구인 사하갑 출마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야의 기 싸움은 총선 레이스가 본격화함에 따라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바람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 서부산권에 대한 공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야권에서도 서부산권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의 반등이 가능한 만큼 양보 없는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