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성당에서 '공권력의 폭력을 고발하는 시국미사'가 열렸다. 가톨릭농민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등 천주교 단체들은 28일 전국 12곳에서 '박근혜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시국미사'를 거행했다.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는 신부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미사가 열렸다. 박창균 신부(시메온)가 주례를 맡았고, 하춘수 신부(레오, 진주 옥봉동본당 주임)가 강론을 맡았다.
성당에는 "누구를 위한 경찰이며, 정권인가. 경찰청장 사퇴하고,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쓴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참가자들은 미사에 앞서 11․14 민중총궐기대회 때 경찰의 물대포 진압 장면과 백남기(임마누엘) 농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감상했다.
박창균 신부는 "어떤 사람들은 요새 시절에 무슨 시국미사냐고 한다. 지금은 유신이나 80년대가 되살아난 것 같다. 대통령 말 한 마디가 정치와 국회, 법조계가 움직이고, 온 국민을 협박, 위협하고 있다"며 "대통령에 대해 말 한 마디 하면 감사와 사찰, 조사가 바로 들어가는 시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런 시절을 아직 느끼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답답하다. 경제난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생각을 못하게 한다"며 "경찰의 폭력이 정신적, 물리적으로 사람을 죽음에까지 몰고 가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박창균 신부는 "세상은 더 짙은 어둠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 스스로 그러한 폭력에 방관, 묵인하는 게 없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며 "폭력에 방관자가 되지 않고 이겨내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하춘수 신부 "경찰의 물대포 가격에 대해"하춘수 신부가 강론했다. 하 신부는 "권력에 대한 집착, 그것은 마약보다 무섭다고 한다.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무자비한 폭력을 주저하지 않은 '헤로데'는 폭정을 일삼는 위정자의 전형이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또 한 사람의 무자비한 권력자가 있다. 그리고 그 권력 앞에 쓰러진 무고한 한 사람의 노인이 있다. 오늘 우리는 경찰 물대포라는 무자비한 공권력 앞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임마누엘을 기억하며, 권력자, 박근혜에게 당장 국민을 향한 무도한 탄압을 중단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고 덧붙였다.
하 신부는 "국가 원수라 불리는 박근혜의 폭력성과 독재는 비단 이 한 가지 사건만이 아니다.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국민들이 외친 것은 무엇이냐"며 "노동자, 농민,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나아가 선거 때 핵심공약인 복지와 교육, 경제민주화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선거 때에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 말했다.
하 신부는 "서민, 노동자, 농민 대다수 국민의 입장은 무시 혹은 배제되고 소외되는 사이에, 재벌과 부자, 특정 정치집단의 배를 불리거나 그들의 생각이 온 나라의 모든 분야를 독점하고 규정짓고 있다"며 "정치는 독재 스타일, 경제는 신자유주의, 역사는 후퇴, 교육은 피폐, 자연은 황폐, 언론은 편파. 지금 이 나라의 힘있다는 사람, 돈 있다는 사람들의 모든 악행들의 소실점에 박근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크게 소통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여 아울러야 할 자가 바로 민주정부의 대통령이 해야 할 바다"며 "그러나 박근혜는 다수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에게 위임된 권력으로, 아니 그것을 남용하면서까지 자기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들고 있다. 이는 전제군주의 면모요 폭군의 면모다. 심지어 자기의 정치적 동반자도 말 한 마디 귀에 거슬리면 배신자가 되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하춘수 신부는 "정부는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에서는 정부도 누구도 국민의 뜻에 어긋나며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이다"며 "정권이 자기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국민을 함부로 무시하고 겁박하고 때리고 죽이면 안된다. 그런 정부와 정부의 사람들은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남기 임마누엘에게 자행된 경찰의 물대포 가격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고, 관련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박근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약속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미사 참가자들은 '현 정부의 폭력을 고발하는 우리의 다짐'을 통해 "권력자들은 국민들이 말없이 잠자코 있다고 해서 국가폭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며 "국가폭력에 대한 회개와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활과 성탄은 마지막날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울부짖고 깨어난 민중에게 언제나 일어난다"며 "우리는 늘 기억하고, 매일 기도하며, 계속해서 외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불통, 무책임을 따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날까지 계속할 것이다. 그리하여 불의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일을 오늘 시작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