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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1시 시가현 고카시 미나쿠치초 야마모토 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곳 야마 마을 사람들은 오전 7시 반부터 야마모토 신사에 모여서 산신제에 사용할 제물을 준비하고, 11시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신단으로 가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야마모토신사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신사 우두머리인 구지가 살거나 사용하는 공간이고, 왼쪽이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오른 쪽 사진은 준비가 끝난 산신제 제물입니다.
 야마모토신사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신사 우두머리인 구지가 살거나 사용하는 공간이고, 왼쪽이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오른 쪽 사진은 준비가 끝난 산신제 제물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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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 마을은 60여 가족이 사는 큰 마을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당번제로 산신제 담당을 정해서 산신제를 준비하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목적은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오전 7시가 지나서 산신제를 담당할 당번 마을 사람들 다섯 명이 신사 안에 마련된 창고에서 산신제를 지낼 때 사용할 제물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8시 쯤에는 이 마을 어린이들도 다섯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어른과 어린이가 같이 산신제를 준비하고, 지내는 것이 독특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산신제를 지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입니다.

산신제 준비는 볏짚으로 금줄과 츠도를 만드는 것, 대나무로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일, 밥을 짓는 일 따위입니다.  아이들이 산신제 제물을 만들면서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타이르기도 하고 더불어 산신제 제물을 만듭니다. 산신제 제물은 11시 전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신사 우두머리인 구지가 줄 맨 앞에 서고 어린이들이 제물을 들고 뒤 따르고 있습니다.
 신사 우두머리인 구지가 줄 맨 앞에 서고 어린이들이 제물을 들고 뒤 따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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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1시가 되자 야마모토신사 우두머리 직원인 구지가 나와서 산신제에 참가할 아이들에게 주의 사항을 전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나에레 나에레'라고 하면 너희들은 '잇카이호우니 나에레'라고 큰 소리를 지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신사 직원인 구지가 줄 맨 앞에서고, 산신제 제물을 어깨에 메거나 든 어린이들이 뒤 따르고 각자 츠도를 든 어른들이 맨 뒤에 서서 뒤 따릅니다. 신사에서 산신단까지 200미터를 가면서 '나에레 나에레 잇카이호우니 나에레'라고 소리 지르면서 이동합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제물로 올린 밥을 푸고 있습니다. 오른 쪽 사진은 제물을 펼쳐 놓은 모습입니다.
 어린이들이 직접 제물로 올린 밥을 푸고 있습니다. 오른 쪽 사진은 제물을 펼쳐 놓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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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와 어린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마을 뒷산 입구에 도착하여 금줄을 치고 밥을 퍼서 산 입구 양쪽에 진열해 놓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두 줄을 서서 어린이들이 퍼주는 밥을 츠도에 받아서 젓가락으로 먹습니다. 술도 같은 방식으로 접시에 받아서 먹습니다.

그리고 두 손에 깃발을 든 아이가 사람들이 두 줄로 서있는 사이를 뛰어서 지나가면 양쪽에 선 사람들이 츠도로 어린이의 엉덩이를 칩니다. 뒤이어 한 어린이 두 명이 금줄 아래에서 신사 직원인 구지와 함께 남신과 여신을 상징하는 나무를 들고 교접하는 시늉을 합니다. 이때에도 옷타이멘타이로 시작하는 주문을 외웁니다.

시가현 여러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목적은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을마다 조금씩 지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이곳 야마 마을 산신제는 신사 우두머리인 구지가 직접 산신제에 참가 하여 진행을 이끈다는 점과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한다는 것입니다.

            산신제를 지내고 음복을 할 때 어린이들이 직접 어른들에게 술을 따라 주거나 밥을 츠도에 퍼 주기도 합니다.
 산신제를 지내고 음복을 할 때 어린이들이 직접 어른들에게 술을 따라 주거나 밥을 츠도에 퍼 주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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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산신제에 마을 어린이 여섯 명이 참가하지만 이들은 마을에서 오래전부터 지내온 전통 행사에 참가하여 준비물을 만들고, 제의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어엿한 마을의 한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고, 산신제를 비롯한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전통문화는 억지로 가르치거나 주입시켜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따르면서 몸에 익히게 됩니다. 오랜 전부터 삶 속에서 익혀온 전통 민속은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전통 민속 속에는 그것을 지켜온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자연에 대한 깨달음이 배어있습니다.

이곳 야마 마을에서는 아직도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60 가족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로 보아 앞으로 당분간 산신제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흰 종이 깃발을 든 아이가 두 줄 사이를 지나자 줄 양쪽에선 사람들이 츠도로 어린이의 엉덩이를 칩니다. 왼쪽 사진은 산신제 마지막으로 금줄을 자르고 있습니다. 이제 산에 들어가도 좋다는 표시입니다.
 흰 종이 깃발을 든 아이가 두 줄 사이를 지나자 줄 양쪽에선 사람들이 츠도로 어린이의 엉덩이를 칩니다. 왼쪽 사진은 산신제 마지막으로 금줄을 자르고 있습니다. 이제 산에 들어가도 좋다는 표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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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시가현의 자연신앙, 시가현교육위원회, 2007.
참고 누리집> 시가현 고카시 관광가이드, http://www.koka-kanko.org/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시가현 고카시#미나쿠치초 야마모토 신사#미나쿠치초 야마 마을#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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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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