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김대년 위원장이 8일 전격 사퇴하면서 사실상 선거구획정위가 '기능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여당에서는 국회의장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직권상정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당분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기능은 정지됐다고 볼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당분간은 위원 중 가장 연장자인 한표환 충남대 교수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하지만, 현 상황에서 합의로 획정안을 확정하긴 어렵다.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새 위원을 임명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중앙선관위는 오는 11일 새 위원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국회 안행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공직선거법과 관련 규칙에 규정된 선거구획정위의 구성·운영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법정 획정시한을 일찌감치 넘겨버린 선거구획정위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위원장 포함 9명 위원 중 4 대 4 여야 동수로 구성된 위원들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선거구 획정안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어 표결을 통한 의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획정위 구성방식 및 의결요건을 수정해야 한다거나 다시 예전처럼 국회의장 산하의 선거구 획정 자문위원회가 나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퇴를 선언한 김대년 위원장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선거구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제시한 획정기준에 따라 선거구획정안 논의를 재개했으나 이번에도 국회 합의 없인 독자적인 선거구획정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절감한 채 획정위원들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동수로 구성된 획정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을 의결요건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의 한계까지 더해져 결실을 맺지 못했다"라며 "획정위원의 추천방식과 구성비율, 의결정족수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선거구획정위 의결요건 완화, 직권상정해야 할 상황"
새누리당은 이를 계기로 선거구획정위 의결요건 완화를 본격 추진할 태세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거구 획정위가 본 기능을 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라며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한 위원회에선 사회권을 누가 행사할지도 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의화 국회의장이 그토록 싫어하시는 직권상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선거구 획정안의 의결요건을 현행 '재적 3분의 2 이상에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는 우리 당 하태경 의원의 개정안을 직권상정 해주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도 지난 5일 하태경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오는 8일까지 여야 대타협을 최대한 기다려보고 그게 안 되면 (선거구획정위 의결요건을 과반으로 완화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의장은 이 당시에도 "이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야 대타협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작은 당파적 이익에 매달려 우리 국가 공동체 전체의 위기를 자초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라며 여야 간 합의를 재차 주문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구는 8일째 효력을 상실한 채로 있고 민생과 경제를 살릴 중요 법안들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내일(9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는 한 달간의 회기와 무관하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