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가수 이지상의 5집 앨범 <그리움과 연애하다> 표지
 가수 이지상의 5집 앨범 <그리움과 연애하다> 표지
ⓒ 이지상

관련사진보기


온통 물이다. 그런데 마실 물이 없다. 바닷물을 마시면 목이 더 탄다. 온통 땅인데 집을 지을 수가 없다. 사막에 지어진 집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한반도 남쪽 사막은 흥청망청 노래가 천지인데 들을 노래도 부를 노래도 없다. 황사에 뒤덮인 노래를 부르다 편도가 부었다. 목이 마르다.

한류, K팝스타, 슈퍼스타K, 서바이벌 오디션…. 도회지 아이들의 꿈은 가수다. 연예인이다. 이 시장에선 미성년자도 '상품'이다. 도처가 노래방이다. 문전성시다. 술에 취한 술꾼들은 밤마다 악악 댄다. 아이들과 술꾼들이 밤새 토해 낸 노래를 청소하기 위해 새벽에 출근하는 미화원들…. 그래도 노래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사막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나팔꽃 동인 이지상의 아름다운 노래에 귀를 씻다

이지상의 5집 앨범 사진
 이지상의 5집 앨범 사진
ⓒ 이지상

관련사진보기


가수 이지상(50)의 5집 앨범 <그리움과 연애하다>가 발매됐다. 4집 앨범 <기억과 상상>(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1집부터 4집까지 아름다운 시에다 선율을 입혔던 그는 5집 앨범에서도 시노래 운동 '나팔꽃' 동인인 안도현, 정호승, 정희성 시인과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6곡의 노랫말은 이지상이 썼고 10곡 모두 작곡했다.

지난해 연말 출시한 그의 새 노래를 50번 넘게 음미했다. 읊조리고, 감상하고, 되새기면서 시장에서 더럽혀진 귀를 씻었다. 그의 노래는 품성처럼 온유하다. 세속에 찌든 영혼을 씻겨주는 노래로 인해 부화뇌동하던 귀가 순해졌다. 그의 노래는 상품이 아니다. 상처 입은 영혼에 대한 치유이고 욕망에 일그러진 비인간의 회복이고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다.

5집 앨범의 노래를 잘 들어보면 그리움과 기다림, 위로와 사랑, 고요와 평온의 강물이 흐른다. 그러므로 들을 귀 있는 자는 노래를 음미하며 머리카락 긴 노래 치유사 이지상에게 세례 받고 거듭나길 바란다. 사막에서 헤매던 나는 10번째 곡인 '새로운 길'(윤동주)을 듣고 또 들으면서 깊은 은혜를 받았다. 노래에 목마른 자에게 그의 노래는 우물이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불고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 넘어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오늘도 새로운 길
나의 길은 언제나 내일도 새로운 길

(윤동주 시, 이지상 곡 '새로운 길')

순정파 사나이가 살아온 세상, 살아갈 세상

노래 치유사인 가수 이지상
 노래 치유사인 가수 이지상
ⓒ 이지상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연말, 홍대의 한 술집에서 그와 함께했다. 술자리에서 좀처럼 노래하지 않던 그가 자정이 넘자 기타를 꺼냈다. 취기 오른 노래였지만 하모니카는 영혼의 울대를 건드렸다. 정호승 시에 그가 곡을 붙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청중 세 명에게 들려준 심야 특별무대였다. 긴 머리카락 나풀거리는 사내의 기타와 하모니카 아, 감미로웠던 순정의 멜로디….

그는 천연기념물 같은 순정파다. 순정은 필히 가난을 동반한다. 청빈하면 순정도 지속가능하다. 그 순정의 근원은 다리 절던 엄마다. 그의 엄마는 "없어도 다 사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남의 돈 뺏어 먹고 살지 말라!"라고 가르쳤다. 청빈과 자비를 가르친 엄마는 그의 하느님이다. 아들에게 삶의 진리를 가르쳐준 하느님은 지난해 하늘로 돌아가셨다.

이지상은 다재다능하다. 에세이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도서출판삼인)와 여행기 <스파시바 시베리아>(도서출판삼인)를 펴낸 글쟁이다. 지역 언론 <은평시민신문> 이사장이고, 성공회대 외래교수이고, 희망래일 대륙학교 교장이고,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금 집행위원장과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몽당연필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뿐이 아니다. 그는 뽈을 제법 잘 차는 주전 선수이고, 신영복 교수의 제자인 서예가이며, 음식도 제법 잘 만드는 셰프다.

그런데 하나같이 돈벌이와는 상관없다. 그가 막차를 타고 가다 말했다. <은평시민신문> 이사장을 올해 그만두지 않으면 이혼당할지도 모른다고…. 그의 아내를 만난 적 없지만 그를 버릴 것 같지는 않다. 근거는 이렇다. 5집 앨범의 표지에 한 여인이 등장했다. 달착지근한 스토리가 있을 것을 기대했는데 아내란다. 그는 착한 아내와 착하게 살아갈 것이 틀림없다.

1월 27일 오후 7시... <작당 - 4인4색 북콘서트>

1월 27일 <작당 - 4인4색 북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가수 이지상, 시인 조호진, 카피라이터 정철, 사진작가 김진석
 1월 27일 <작당 - 4인4색 북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가수 이지상, 시인 조호진, 카피라이터 정철, 사진작가 김진석
ⓒ 김진석

관련사진보기


가수 이지상, 카피라이터 정철, 사진작가 김진석과 엮이고 말았다. 이들은 품행이 단정한 시민이 아니다. 품행이 단정한 내가 이들과 엮이면서 소주를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 꼬인 인생을 겨우 풀어 놨는데 다시 꼬이는 건 아닐까? 이들의 작당에 부화뇌동하는 바람에 오는 27일 오후 7시31분 벙커1에서 이들과 함께 <작당 - 4인4색 북콘서트>를 한다.

어쩌다 이들과 작당했을까? 그건 순정이다. 이들은 돈독 오르지 않았다. 이들은 술보다 사람을 마신다. 그래서 술주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술만 마시진 않는다. 책도 읽고, 책도 내고, 음반도 낸다. 지난 6일 술자리에서 이지상에게 <스파시바, 시베리아>를 받은 카피라이터 정철은 이틀 뒤에 이런 독후감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노래쟁이이자 글쟁이인 이지상의 <스파시바, 시베리아>를 읽다 문득 한 페이지를 그대로 베껴 쓰고 싶어졌다. 왜 그랬을까. 글 마디마디에 '나'가 있다. 사람도 있고 과거도 있고 시베리아라는 세상 끝도 있지만 거기엔 어김없이 '나'가 있다. 그래, '나'를 써야 한다. '그'의 이야기를 쓸 때도 '그'를 통해 들여다본 '나'를 써야 한다. 나는 그동안 '나'가 없는 흐물흐물한 글을 얼마나 많이 써왔을까.

이지상의 글이 좋다. 그의 노래가 좋다. 글을 읽을 때 느낌과 노래를 들을 때 느낌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어깨에서 힘 쫙 빼고 이지상이라는 '나'를 늘 있는 그대로 풀어놓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책 제목에 왜 욕을 써놓았냐고? '스파시바'는 러시아 말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란다."


태그:#가수 이지상, #5집 앨범, #그리움과 연애하다, #나팔꽃 동인, #스파시바, 시베리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