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원시에서는 눈꽃이 아름다운 명소 열두 곳을 지정해 시민들에게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알리고, 명소를 찾아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봄꽃이 아름다운 명소, 단풍이 아름다운 명소에 이어 눈꽃이 아름다운 명소를 통해 수원시의 아름다운 명소를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마련된 것이다.

수원 8경 중 하나인 광교적설(光敎積雪)은 광교산의 설경을 말하는데, 등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교산의 눈꽃과 사방댐, 광교마루길, 수변산책로의 설경은 수원 제1경관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광교마루길은 봄꽃이 필 때면 광교산의 붉은 진달래와 마루길의 벚꽃 터널이 호수의 시원한 기운과 어울려 꿈같은 산책길이 된다.

단풍이 곱게 들 때면 산색의 아름다움이 호수에 드리워져, 길을 걷는 즐거움이 생긴다. 눈이 내리면 눈을 밟으며 걸어도 좋고, 혼자 걸어도 좋고, 친구와 걸어도 좋고, 연인과 걸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걸어도 좋은 길, 인생을 되돌아보며 사색할 수 있는 길이다.

수원화성 서북각루와 억새숲
 수원화성 서북각루와 억새숲
ⓒ 한정규

관련사진보기


행궁광장에서 바라보는 팔달산 설경은 한 폭의 수묵화를 펼쳐놓은 것 같고 , 용화사 주변과 칠보산의 설경, 산에 오르는 기분이 상쾌한 청명산 설경, 수원화성 돌 뜨던 터를 볼 수 있고, 아기자기한 설경이 아름다운 숙지산 등이 명소로 지정됐다.

정조 대왕 개혁정치의 산실이며, 농업혁명을 꿈꾸던 만석거는 수원의 허파와 같은 호수와 울창한 숲의 설경이 아름답고, 축만제는 제방을 걸으며 서둔 벌판에 쌓인 눈과 호수에 드리운 여기산의 설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일월공원, 광교 호수공원, 월드컵경기장 뒷길도 사계절 아름다운 명소다.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 한정규

관련사진보기


정조 대왕 행차길인 노송지대는 200여 년 이상 된 노송이 있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노송에 눈이 쌓이면, 겨울이 돼야 돋보이는 세한송으로서의 소나무가 특별해지고, 고풍스러운 설경이 아름답다. 방화수류정에서 용연을 바라보는 경치와 용연에서 방화수류정을 바라보는 경치는 사계절 아름다운데, 눈이 내릴 때면 방화수류정에서는 수원화성 성벽 위에 쌓여 길게 이어진 설경을 볼 수 있고, 용연을 휩싸고 있는 설경은 눈이 부실 정도다.

눈이 내리면 설경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12곳만 설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지정하면 섭섭한 곳이 더 있다. 수원화성 서북각루에서 화서문, 서북공심돈, 북포루, 북서포루로 이어지는 화서공원, 장안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성벽 위에 쌓인 눈, 화서문 팔작지붕 위에 쌓인 눈, 나무 위에 쌓인 눈, 넓고도 텅빈 잔디밭에 쌓인 눈은 보기에 따라 다른 느낌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다가온다.

장안공원, 수원화성 북서포루
 장안공원, 수원화성 북서포루
ⓒ 한정규

관련사진보기


팔달산 둘레길에서 화서공원으로 들어서면 길게 이어진 성벽과 우뚝 솟은 서북각루가 설경에 덮여 있다. 성벽 밑으로 넓은 언덕에는 억새가 눈을 이고 바람에 춤을 추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다. 억새 숲 아래로는 넓은 잔디밭이 눈 덮인 벌판으로 이어지고, 군데군데 소나무들은 고고한 자태로 눈을 안고 있다.

억새숲에서 바람이 일면 눈송이가 휘날리며 반짝이고, 소나무에 쌓였던 눈이 하얗게 날리며 성벽을 때린다. 눈을 밟으며 길을 걷다보면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눈에 들어온다. 하얀 눈이 쌓인 화서문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앉아 있고, 문 좌우로는 흰색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면서 백호가 뛰쳐나올 듯 한 기세다.

이어진 서북공심돈의 고풍스런 자태는 흰 눈과 대비돼 더욱 고색창연한 멋을 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220년을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 있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수원화성 서북공심돈
 수원화성 서북공심돈
ⓒ 한정규

관련사진보기


눈이 오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서산대사의 선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양연의 야설​(野雪)이란 시로 밝혀졌다.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 눈 덮인 들판 길을 걸어갈 때는
불수호란행 (不須胡亂行) /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 (今日我行跡) /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 (遂作後人程) / 뒷사람이 밟고 갈 이정표가 되리라


태그:#수원화성, #서북각루, #화서문, #서북공심돈, #북서포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