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4일 페이스북에 "부끄럽습니다"는 한마디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박 시장은 이 글에서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100점 만점에 55점으로 청렴도지수가 175개국 중 43위, OECD 가입 34개국 중 27위"라며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공직자가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한다'는 기준 자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인식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글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박원순법'에 의해 해임됐던 구청 간부가 소송에서 승리해 원래 직위로 복귀한 것을 개탄한 것이다.
서울시 송파구청 박아무개 도시관리국장(56)은 작년 초 한 건설업체 간부와 저녁식사를 하고 50만원의 상품권을 받았으며, 다른 업체에서는 12만 원 상당의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을 받았다는 이유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에 적발돼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소청심사에서 강등 처분으로 감경받았고, 박 국장은 이 역시 가혹하다며 소송을 벌여 지난해 9월 1심, 12월 2심에서 무죄를 받아냈다.
서울고법 행정1부는 지난해 12월 22일 항소심에서 "원고가 받은 금품 액수가 많지 않고 그 경위가 나름대로 수동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관할 구청도 처음에 징계양정 의견을 올릴 때 감봉이나 견책의 경징계를 언급한 걸 보면 징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무죄 판결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구청은 지난 4일자로 원래 직위인 도시관리국장으로 복귀시킨 것이다. 송파구는 원래부터 종전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을 받았을 경우 징계해오던 관례에 따라 박 국장을 서울시 인사위원회에 경징계를 요청했었다.
박 시장은 "작다고 소홀하게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이 공정사회, 신뢰사회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며 "작은 일부터 엄정하게 들여다보아야 세상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그러나 "서울시는 암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부정청탁 관행과 비리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법리적 다툼과 함께 필요하다면 의회를 통해 새로운 입법요구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해 박원순법 적용에 예외가 없음을 확인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8월 업무 연관 여부와 관계없이 공무원이 1천 원 이상만 받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한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을 발표했으며, 박 국장의 사례는 이 법이 적용된 첫 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