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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한받이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에서 거리로 뛰쳐 나온 사람들이 그와 함께 환호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퍼포먼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한받이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무대에서 거리로 뛰쳐 나온 사람들이 그와 함께 환호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 Swan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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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스러운 몸짓으로 관객과 함께 "자본주의 저질, 너희들! 사람들 저질!"이라며 손가락질 하던 야마가타 트윅스터(노래를 할 때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그렇지 않을 때는 한받으로 불린다. 기사에 이름이 혼용된 이유다)가 갑자기 무대에서 거리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온 거리를 둘러싼 자본과 인간의 욕망을 향해 "너희들 저질"이라 소리친다. 사람들 또한 그와 함께 우르르 거리로 뛰쳐나가 그와 함께 소리친다.

한남동에서 현재 싸이를 상대로 강제철거 농성을 하고 있는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이날은 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연대 활동으로 퍼스먼스를 선보였다. 여리고 왜소한 체구, 우스꽝스러운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질스러운 퍼포먼스는 각종 정치적 현장을 시민들에게 '익숙한 것'으로 만든다.

<당신의 구루마>는 불온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작업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의 삶의 동력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홍대에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있지만, 현재의 음악생태계에서 뮤지션이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슈퍼스타K>로 대중에게 알려진 중식이 밴드의 노래에서 드러나듯, 많은 실력 있는 뮤지션들은 각종 생업과 음악을 병행하고 있다. 이 사실을 날카롭게 인지하고 있는 한받은 자신의 음악과 동료들의 책이나 영화 CD를 구루마에 담아 거리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뮤지션에게 한번 클릭 당 60원의 비용이 지급되는 현재 음원 생태계의 폭력을 고발하는 동시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그에게 삶은 작업의 일부다.

한받은 스스로를 도시 빈민이라 선언한다. 도시 빈민으로서의 자기규정은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폭력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다. 자신의 삶을 거리에 몰고, 그럼으로써 그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빈민으로 변해가는 세상 속 사람들을 만난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수많은 공연이 연대의 거리에서 완성된다면, '구루부 구루마'는 그 작업이 가능한 뮤지션 '한받'의 이면에 깔려 있는 그의 삶과 그 삶이 포함된 작업을 드러내어 보인다. 한받은 자신의 삶을 작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면서, 두 가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만들고, 우리에게 낯설었던 정치를 익숙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불온하다.

"저는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될 수는 없어요. 그처럼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구루부 구루마를 보면서 나에게도 구루마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었어요. 당신의 구루마는 무엇인가요."

한받의 구루부구루마를 무대 위로 불러온 공연기획자 유병주
▲ 공연기획자 유병주 한받의 구루부구루마를 무대 위로 불러온 공연기획자 유병주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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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자 유병주는 한받의 화려한 퍼포먼스 이면에 깔려 있는 그의 일상과 삶을 소재로 작업한 구루부 구루마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는 거리의 구루마를 무대 위로 올려 사람들과 함께 너와 우리의 구루마가 무엇인지를 묻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 공연이 바로 <당신의 구루마>이다. 한가로운 1월 초, 만리재로 인근에서 그녀를 만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이번에 기획한 공연 <당신의 구루마>는 어떤 공연인가요?
"한받이라는 뮤지션의 구루부 구루마라는 작업을 무대 위로 올린 음악극입니다. 한받은 자립을 외치며 홍대 앞에서 10년째 활동 중인 음악가에요. 2012년부터 동료 예술가들의 책과 음반을 실은 구루마를 끌고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거리에서 즉석 공연을 하기도 하고, 구루마에 실린 자신의 음악이나 책, 동료들의 영화 CD 등을 팔기도 했구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하고 꿋꿋하게 거리를 구르는 구루부 구루마를 보며, 왜 음악가가 환대 받는 공간인 공연장을 벗어나 거리로 나오는지, 온갖 투쟁 현장에서 연대 공연을 멈추지 않는 그의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다가 '나의 구루마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시작했어요.

그게 이 공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아이디어는 2~3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재원이 문제였어요. 다행히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23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할 계획이에요."

한받은 이렇듯 우스꽝스러운 의상으로 구루마를 끌고 거리와 동네 주민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 구루마를 끌고 있는 야마가타 트윅스터 한받은 이렇듯 우스꽝스러운 의상으로 구루마를 끌고 거리와 동네 주민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 박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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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루부구루마는 거리에서 구루마를 끌고 사람을 만나는 각종 활동들이 모두 작업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인 작업을 다시 무대 위로 세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거리는 한받의 작업 영역이잖아요. 뮤지션으로서 위험한 공간이긴 하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선언한 공간에서는 큰 힘을 가지니까요. 그 공연을 '극'의 형태로 만들어서, 원래의 작업에서 살짝 떨어뜨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받'과 '구루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각각의 자신의 구루마를 가진 사람들을 무대로 불러, 공명이 일어나길 바랐어요. 그래서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최소연 대표님이나 시인 김연희, 다큐영화 <파티51>의 정용택 감독님을 무대로 초대했습니다."

- 이번이 유병주씨가 기획한 한받의 두 번째 단독공연이죠?
"네. 예전에 '아마츄어 증폭기와 50인의 기타리스트, 아츄공단'이라는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한받씨가 이전에는 아마츄어 증폭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거든요. 그 이름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연을 만들었어요. 그 전에 1년 정도 정규적으로 두리반이나 남산 타워 등에서 공연을 만들었는데, 라인업을 짜서 프로그램을 굴리는 방식의 공연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다른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두리반에서 만난 한받씨의 '방'을 주제로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아츄공단이었죠."

- 아츄공단은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나 인터넷에 남아 있는 기록을 보면 무척 좋은 평가를 받은 공연입니다. 그런데 사진 등 당시를 기록한 자료가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쉽네요.
"맞아요. 그때만 해도 공연만 만들었지, 무대기획으로 무엇을 만들고 남겨야 하는지 뚜렷이 알지 못했거든요. 그냥 만들기만 했어. (웃음) 저는 한받씨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좋아하지만, 작업에 배어 있는 그 이면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관심이 많아요. 한받씨의 작업은 특이하게도 삶의 영역을 그대로 작업으로 끌어 올려요. 그 중 가장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인 '방'이 궁금했어요. 그 곳에서 곡이 만들어지고, 가내수공업으로 음반을 만들고, 의상을 만드시잖아요. 그런데 '아츄공단'이 끝난 후 어느 날 방을 떠나서 거리로 나가버리더라고요. 그게 '구루부 구루마'였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 '당신의 구루마'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구루부 구루마를 왜 끌게 되셨냐고 물어봤어요. 동네 주민들에게 자신이 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대요. 구루부 구루마 프로젝트는 많은 해석을 할 수 있어요. 저는 한받의 구루마가 음악가로서 세상과 만나고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도구라고 읽었어요. 그리고 모두에게 각자의 구루마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요. 저는 야마가타 트윅스터처럼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구루부 구루마를 보면서 나에게도 구루마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구루마를 끌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에요. 공연장은 음악가가 환대받는 공간이잖아요. 자신을 찾아준 팬들이 있는 공연장은 안전하죠. 하지만 한받의 구루부구루마가 있어야 할 거리는 음악가가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에요.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 많이 볼 수 있는데 구루부 구루마는 그것과는 달라요.

대중적이지 않고, 환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궁금했어요. 음악가가 왜 자꾸 거리로 나올까? 거리에서 그가 마주치는 풍경은 무엇일까? 그가 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쫓아가다보면 한받이 구루마를 끄는 의미, 내가 구루부 구루마에서 얻고 싶었던 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힌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의 음악 <이단옆차기>는 저질 스러운 세상에 날리는 광대의 분노를 담고 있다.
▲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이단옆차기 그의 음악 <이단옆차기>는 저질 스러운 세상에 날리는 광대의 분노를 담고 있다.
ⓒ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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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받의 작업은 많은 순간 길 위에서 나타납니다. 이때 길은 무언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 같은 것이 아니라, '집'이나 '작업장'과 대치되는 삶의 터전. 그러니까 삶의 터전이 되면 안 되는 곳이 삶의 터전으로 된 장소에요. 여기서 도시의 가난, 가난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와 저질 같은 '그 사람들'이 등장하는 거죠.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음악은 무대가 공연장이기도 하고 투쟁 현장의 거리이기도 하죠. 그리고 공연 하던 도중에 막 무대 밖으로, 그러니까 거리로 뛰쳐나가요. 생활의 터가 '길' 위에 놓인다는 건 슬픈 이야기에요. 그런데 요즘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 삶의 터가 놓이잖아요.

구루부 구루마는 한받이 자신의 삶이 길 위에 놓인 상황을 직시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과 지역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맺는 과정 자체를 작업으로 놓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예전 아츄공단에서 한받의 방을 다뤘는데, 이번 작업은 거리로 나간 한받을 다뤄요. 한 뮤지션의 이 같은 대비되는 모습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 문화기획자 유병주에게 한받은 어떤 뮤지션인가요?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우연히 동교동 삼거리에서 철거농성을 하던 칼국수집 두리반을 알고 1년 반의 시간 동안 먹고 자고 상근자로 지냈어요. 거기서 한받씨를 만났어요. 아마츄어 증폭기로, 야마가타 트윅스터로 공연을 하고 계셨어요. 두리반 농성이 승리한 이후에 저는 홍대 언저리에 자취를 하게 됐고 생계를 부담하느라 일하는데 급급해서 다른 투쟁 현장들에 연대 방문을 못했어요.

그게 너무 미안하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는데 한받씨가 현장에 가있다고 하면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물러설 수 없는 지점들을 지키는 예술가들을 보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듭니다. <당신의 구루마> 공연을 준비하며 한받씨가 다른 곳과 한 인터뷰, 구루부구루마 일지 등을 읽으면서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더라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연장에 오실 분들도 이런 작은 마음을 갖고 돌아가실 수 있기를. 그게 제가 바라는 점이에요."


태그:#야마가타 트윅스터, #한받, #유병주, #구루부구루마, #당신의 구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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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문화를 통한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글로써 많은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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