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마다 열풍을 몰고왔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최신판 <응답하라 1988>이 1월 16일 2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시청률은 지난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의 상승세를 이어가 최고치를 갱신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쌍문동을 떠나며 우는 장면과, 철거가 예정된 쌍문동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울에서 유년기와 청장년기를 보낸 '서울토박이'에게는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서울토박이에게는 여기저기서 올라온 이웃과의 따스한 추억이 남아있는 각각의 '쌍문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극 중 배역들은 유년-소년-청년기를 모두 쌍문동에서 함께 보냈다. 이들은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그 어느 세대보다 '서울토박이'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형성한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실에 존재하는 응팔세대는 지금 40대 중후반이 되었고, 이번 20대 총선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각자의 쌍문동에서 지역밀착형 인물이라는 깃발을 들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의 아이들이, '응답하라 2016'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 그리고 서울토박이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연과 학연은 분명히 큰 자원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더욱 유용하다. 광주의 광주일고, 부산의 경남고, 대구의 경북고 등이 특히 그렇다. 또한 지역에 오랜 시간 동안 거주한 지역민은 본능적으로 후보자가 어느 초-중-고를 나왔는지 살펴본다.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소위 말하는 '토박이'들은 후보로서 큰 장점을 갖춘 셈이다. 반대로 이런 유권자들의 표심은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최근에 위와 같은 흐름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서울과 수도권에도 상륙했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에서는 손학규, 김두관 등 거물들이 무너졌다.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중진론, 거물론 등을 내걸고 지역발전 가능 전략을 펼쳤다. 이전 같았으면 필승 전략이었다. 그러나 각기 홍철호(새누리당·김포), 김용남(새누리당·수원병) 후보에게 패배했다. 홍철호, 김용남 후보는 지역밀착형 전략으로 '토박이'론을 들고 나왔다.
또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 새누리당은 패배 행렬 속에서 지역 밀착형 정치인들만이 서울에서 생환했다. 이는 서울-수도권에서도 이제는 지역밀착형 후보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응팔 세대 이후 서울이 하나의 '고향'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위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박용진 전 민주통합당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다. 최근 종편에서 많은 활동을 보여주었던 그는 현재 강북(을)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 후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용진 후보는 1971년 생으로, 정확히 응팔에 해당하는 세대다. 박용진 후보는 전라북도 장수 출생이지만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화계초-신일중-신일고등학교를 나온 지역밀착형 후보다. 그는 이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그동안 지역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음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를 서울 강북의 '지역밀착형' 인물로 위치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효과는 주효했다. 박용진 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만 29세의 나이로 강북을에 출마해 13.3% 득표를 거두었다. 심지어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다. 야권에게 크게 불리한 정국이 조성되었던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박용진 후보는 진보신당 소속으로 강북(을)에서 11.8%를 득표했다. 다른 요인도 작용했겠으나, 철저한 지역밀착형 토박이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용진 후보 이외에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은평을 후보가 신도초-대성중-대성고 학력을, 같은 당 황희 양천갑 후보가 목동초-장훈중-강서고 학력을 공개하며 지역밀착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의 남자'로 대두되고 있는 박왕규(관악을) 후보 역시 연고를 어필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운 지역구로 꼽히는 이 지역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경선을 포함해서 본선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 지역밀착형 전략이 서울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지는 20대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서울토박이, 또다른 지연인가, 경쟁력인가
학연, 혈연, 지연. 한국 사회의 대표적 병폐로 지적되는 3대 요소이다. 특히나 정치판에서는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병폐로 지적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지방자치제도 논의에서 밝혔듯이, 지역밀착형 정치는 중앙정치 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국정치의 발전 방향으로 판단될 수도 있는 요소이다. (참고 기사:
지방자치제도의 자체완결성과 그 가능성)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에서 김포와 수원에서 나타난 민심 역시 이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역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후보는 지역에 대한 이해와 감각 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역토박이라는 점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해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응팔에서의 덕선(혜리 분), 택(박보검 분) 등 캐릭터들은 쌍문동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응팔을 시청한 우리들이 각기 다른 쌍문'동'을 가지고 있었기에 응팔 속 '쌍문동'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들이 성장하여 각자의 쌍문동에서 표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후보들의 전략은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어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이해일지, 학연과 지연의 병폐가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