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295명이나 되는 귀한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아직도 9명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다에 있습니다.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기는 진도군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주로 관광에 기대 생계를 이어가던 진도군 소상공인들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남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진도군 소상공인의 경제난 실태와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 '진도군 소상공인과의 동행'을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말
16일 오전 11시 진도군 팽목항. 60명이 넘는 이들이 세월호 참사 추모자들을 위문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전남신용보증재단(이사장 이계연) 소속 임직원들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2016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기 위해서 진도에 왔다고 했다.
대개 회사들의 새해 경영전략 회의는 고급호텔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진도군에서 새해 경영전략 회의를 하기로 했다. 그 까닭을 물었다. 이계연 이사장의 답은 간결했지만 가볍게 놓칠 수 없었다.
"오는 4월이면 두 번 다시 찾기도 힘든 참사의 2주기가 됩니다. 그 2년 동안 유가족들은 물론 미수습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관광객에 의존해 살아가던 진도군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 역시 심각한 실정입니다. 우리 전남신보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어려운 경제상황을 넘겨보려 애썼지만 2년 동안이나 지속되는 참사 여파로 이자 내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이라는 것입니다.고급호텔에서 비싼 음식과 술 마실 돈 있으면 차라리 진도에서 자고 먹으며 한 푼이라도 진도군에 보탬이 되게 쓰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기왕 온 김에 대출상환 기한도 다가오는데 실태는 어떤지 면담조사를 해서 구제할 방안을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흔쾌히 동의해줘서 이렇게 새해 경영전략회의를 진도군 소상공인과의 동행 프로젝트로 하게 됐습니다."팽목항에서 미수습 가족들과 면담을 마친 전남신보 직원들은 곧장 진도읍으로 향했다. 전남신보는 지난 2014년 8월 진도군 소상공인 513명에게 143억 원의 '세월호 특례보증'을 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313명이 진도읍에 사업장을 두고 있고, 보증 금액은 87억 원에 이른다.
특례보증을 받은 이들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식당·음식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40%, 건어물 도소매에 종사하는 이들 40%, 기타 20%로 주로 관광에 기대는 업종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진도를 찾는 여행객 수는 세월 참사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세월호 참사 전인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진도를 찾는 여행객 수는 약 31만 명이었다. 세월호 사건 뒤인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여행객은 17만2000명으로 파악됐다. 무려 14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2015년엔 메르스 사태까지 터져 진도 관광업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년 동안 반 토막 나버린 여행객 수만큼이나 진도군 경제도 반 토막 나버린 것이다. 전남신보 직원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가는 곳마다 진도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한선미(48)씨는 식당을 운영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세월호 사건을 당했다. 그는 바로 진도군 실내체육관으로 달려가 밥차에서 조리 자원봉사를 했다. 40일 동안 자원봉사를 한 한씨는 대출을 받아 다시 식당 문을 열었다.
"처음엔 관광차 몇 대 받으면 되겠지 했는데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직원 3명을 썼는데 인건비만 한 달에 800만 원이 들어가는데 수익은 안 생기고... 대출 받은 돈으로 직원 월급 주고 또 안 되니까 다시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아서 월급을 주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캐피탈 이율은 17%이상인데 연체되면 이율이 29%나 돼요. 도저히 힘들어서 직원들을 내보냈어요. 우리 식당이름이 '가족회관'인데 인자 진짜 가족하고 빚만 달랑 남았어요"박공대(65)씨는 "직원을 안 쓰고 혼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자 낼 푼돈조차 벌지 못하고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지금까지는 먼저 간 애들 아빠가 남긴 연금으로 이자를 내고 버텨왔습니다. 돌아오는 8월부터는 원금까지 갚아나가야 하는데 이자 낼 돈조차 없는데 대출 못 갚아서 이러다가 없는 살림에 신용불량자까지 될까봐 두렵습니다." 진도군 소상공인들에게 세월호 특례보증을 선 전남신보 역시 이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계연 이사장은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 상태에서 1천만, 2천만 원씩 대출을 받으신 분들이 8월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해야 한다"라며 "이자도 내기 힘든 상황인데 원금까지 상환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진도에서 신용불량자가 대량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진도읍에서 여행객을 상대로 그나마 규모있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차라리 대출을 안 해줬으면 그때 그냥 접어버렸을 텐데... 참으로 유용하고 감사한 대출이었지만 2년 동안 무지막지한 침체를 견뎌내야 하니 너무 힘들다"라고 한숨을 길게 쉬었다.
자리를 함께한 A씨의 친구는 "이 친구가 직원 6명을 쓰며 운영하던 식당인데 지금은 3명만 데리고 일하고 있다"라면서 "관광버스 댈 자리가 없던 식당이 지금은 어쩌다가 버스 한 두 대만 서있고, 주말엔 아예 관광객 한 명 없이 개점 휴업상태가 되어있는 걸 보자니 내가 다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는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한편 16일 하루 동안 진도군 313개 소상공인업체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실시한 전남신보는 조사결과를 분석한 뒤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계연 이사장은 진도군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상환이 어려운 이 상황이 사장님들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마시라"고 위로하며 "중소기업청과 전남도, 진도군 등 유관기관들과 협의해서 실현가능하고 직접 도움이 되는 대책을 꼭 마련하겠다"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