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으아아악~!"

6살 아들의 자지러지는 소리. 9살 누나와 2인3각 경기하듯 발을 묶고 출발하는 것은 봤는데, 잠시 방문을 나간 사이 들린 소리였다. 보통의 울음소리와는 달랐기에 느긋하게 의자에 눕혀놨던 몸을 반사적으로 일으켜 한 걸음에 뛰어나갔다.

아들은 엄마에 안겨 계속 울고 있었다. 넘어져 얼굴이나 치아 쪽을 다친 게 아닐까 싶어 온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딸에게 소리쳤다. 동생과 발을 묶고 뛰어가면 어쩌느냐, 동생한테 게임 방법을 잘 설명해야지...

둘째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어디가 아프냐 물으니 오른쪽 발등을 이야기한다. 크게 부러지거나 접질린 것 같지는 않았다.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들 녀석이 조금 진정이 됐을 때, 옆에 서서 잔뜩 겁에 질린 딸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미안하다! 사랑하는 우리 딸 욱하고 큰 소리 내는 성질머리 고칠께
미안하다! 사랑하는 우리 딸욱하고 큰 소리 내는 성질머리 고칠께 ⓒ 신춘열

아차, 싶었다. 순간 딸아이를 안아 다리 위에 앉혔다. 조금 톤을 낮추고 괜찮다며 안아주었다. 놀랐을 테다. 서러웠을 테다.

동생의 생각보다 큰 울음소리에 놀랐을 거고, 아빠의 더 큰 호통에 서러웠을 거다. 딸아이가 펑펑 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빠의 다독임이 늦지 않아서인가? 한 살 더 먹어 아빠의 미안함을 알게 된 걸까? 아빠의 큰 소리가 이미 만성이 돼서인가?

딸에게 미안하다. 맘속에 큰 상처로 남지 않길 바란다.

급하거나 날카로워지면 언성이 올라가고, 남에게 폭풍 잔소리를 하고 마는 반드시 고쳐야 할 이놈의 성질머리.

문득 얼마 전 <응답하라 1988>의 성동일이 덕선이에게 말했던 대사가 생각났다.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 자네. 아빠도 아빠가 처음 인디. 긍께 우리 딸이 쪼까 봐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gcpcman.blog.me/)에도 게재했습니다.



#아빠도아빠가처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작가가 꿈인 11살 딸과 누가 먼저 작가가 되는지 내기 중(3년째). 2002년 체험학습 워크북인 '고종황제와 함께하는 경운궁 이야기'(문학동네)의 공저자로 이미 작가라 우김. '럭키'는 8살 아들이 붙여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