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만의 귀환이다.
1889년경 프랑스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하리하라 신상 머리조각이 몸체와 합쳐지는 행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현지에서 열렸다. 하리하라 신은 힌두교에서 번영과 유지를 관장하는 비슈누 신과 파괴의 신으로 알려진 시바 신이 결합한 형태의 신이다.
약 47kg 무게의 이 두상은 프랑스 식민시절 '에띠엔트 아이모니에르'라는 프랑스 행정책임자에 의해 본국으로 반출되었던 석상이다. 원래 이 힌두신 석상은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약 3시간 떨어진 다께오주 프놈다 사원에 있던 7세기 조각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프놈펜 국립박물관 앞마당에서 열린 몸체 합체식에는 속안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료들과 프랑스 대사관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속안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하리하라 신은 크메르 문화에서는 번영을 상징하는 신으로, 두상과 몸체의 합체는 번영을 상징하는 만큼 캄보디아가 더욱 번영할 것이란 매우 길한 징조"라며 힌두석상의 귀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자축했다.
캄보디아 유물은 과거 1863년부터 약 90년간 이어진 프랑스 식민시절부터 수십 년간 내전을 겪는 과정에서 수많은 진귀한 문화재급 작품들이 해외로 밀반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등 유럽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심지어 일본에까지 상당수 크메르 조각상들이 흘러들어가 있는 상태다.
문화재 관리 당국자조차 현지 언론에 사전 제공한 보도 자료에 "지금까지 밀반출된 문화재급 보물의 수가 대략 얼마인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밝힐 만큼, 그동안 이 나라 문화재급 유물들의 해외불법 유출 규모는 매우 크다.
지금도 캄보디아에서는 문화재 도굴사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프랑스 대문호 앙드레 말로다. 그는 프랑스 식민시절인 1923년 고대 앙코르사원 문화재를 도굴하려다 감옥에 수감된 적이 있다.
<인간의 조건>이란 작품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콩코르 문학상을 받는 등 당대 최고의 작가로 알려진 앙드레 말로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현지 감옥에서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었다.
그는 훗날 젊은 시절, 자신이 저지른 도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까지 집필했다. 지금도 앙코르와트에서 약 20여 km 떨어진 반테이 스레이 사원에 가보면 현지 가이드들이 앙드레 말로의 도굴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목소리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한편, 캄보디아 정부의 지속적인 추적과 관심속에 작년에도 해외에 밀반출된 문화재급 조각작품들이 여러 점 고국에 돌아왔다. 2014년 6월에는 서방 수집가들이 약탈해 간 1000년 된 힌두교 석상 3점을 돌려받았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내전당시 밀반출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9세기 힌두 조각 작품과 12~13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상 조각 역시 노르웨이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은 해 미국에서도 밀반출되었던 조각 작품들이 기증 또는 법적 다툼 끝에 승소해 돌아오기도 했다.
이번에 돌아온 하리하라 신상은 프랑스 파리의 기메 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Guimet)에 보관되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는 경북 상주 '동방사'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문화재급 '철조천수관음보살좌상'도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