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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학부모들이 또 힘을 모으고 있다. 벌금과 소송비용 마련을 위해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은 2015년부터 중단됐다. 2014년까지는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18개 시군청이 예산을 분담해 읍면지역 초중고교, 동지역 초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되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지난해부터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끊었다. 학부모들은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내지 각 지역별 '운동본부', '급식연대' 등을 조직해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까지 골고루 밥을 먹도록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법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린 2015년 9월 5일, 창녕 힐마루골프장 앞에서 한 아이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경남도지사배 공무원 골프대회가 열린 2015년 9월 5일, 창녕 힐마루골프장 앞에서 한 아이가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바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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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18일 경남도의회 상황실에 들어가 있었던 학부모 6명이다. 당시 경남도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전용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 제정을 추진했고, 학부모들은 경남도의회 의장 면담을 요구했던 것이다.

의장은 면담 도중에 다른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고, 학부모들은 대화 재개를 요구하며 상황실에서 기다렸다. 검찰은 학부모 6명을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약식기소했고, 이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던 것이다. 법원은 이들에게 각 100만 원씩의 벌금을 선고했다.

거창 학부모 2명도 1심에서 벌금 총 4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거창급식연대는 지난해 하루찻집을 열어 기금을 마련해 놓았다.

한 학부모는 홍준표 지사가 거창군청을 방문했을 때 차량을 막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아 항소했고, 다른 학부모는 거창군의회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을 처리한 것에 항의해 계란을 던져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학부모들은 경남도청을 상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불교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가 졌다. 지난해 8월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경남도청과 교육청간 학교무상급식 지원합의서 이행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 관한 사항에 해당되므로 주민투표 비대상"이라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소송 비용을 소송청구인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경남도청에 소송비용을 주어야 하는데, 그 돈이 310만 원이다.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4월 9일 창원을 방문했을 때, 학부모들은 거리에서 "민심이 천심", "대통령님, 경남 좀 살려주이소"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경찰은 학부모들을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여 창원지검으로 사건을 넘겼다. 경남운동본부는 "학부모들이 일정한 간격 이상 떨어져 서 있어 집시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벌금이 나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

경남운동본부는 오는 29일 창원대 앞 우영프라자 6층(HIM)에서 '벌금 마련과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일일 후원찻집'을 연다. 강성진 집행위원장은 "학부모들이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공익을 위해 나섰다가 벌금을 받는 등 어려움에 있다"며 "학부모들이 관심이 높고,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문화(양산)씨는 "일일찻집을 연다는 소식을 '학부모 모임 밴드'에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엄마들이 시간을 내서 거리로 나섰고, 하는 수 없이 마지막 수단으로 거리에서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법적으로 조치를 했던 것은 엄마들을 주눅 들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본다. 벌금을 받은 학부모들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짠해서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박남희(사천)씨는 "사천은 벌금을 받은 학부모가 없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다행이 아니라, 학부모들은 우리를 대신해서 싸우다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지역 학부모들은 거리가 있어 그날 하루찻집에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십시일반으로 성의를 보이고 참여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태그:#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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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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