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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긴 세월 버티어 온 삶...
삶의 결론은 찬양...높이 든 손으로..
▲ 응봉산 긴 세월 버티어 온 삶... 삶의 결론은 찬양...높이 든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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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가는 길... 등산 초입...
▲ 응봉산 가는 길... 등산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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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추우면 잎지거늘
(솔아) 너는 어이 눈 서리를 모르느냐
땅 속 깊이 뿌리가 곧은 줄은 글로 하여 아노라"(윤선도의 '오우가' 중)

사시사철 늘 푸른 소나무. 모든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나목으로 겨울을 날 때조차 변함없이 잎 푸른 소나무를 한국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나무 중 으뜸으로 친다. 소나무는 늠름한 기상과 의연한 자태 때문인지 옛 묵객들의 손에서 글로 그림으로 등장해왔다.

예부터 우리 삶과 밀접해 있었던 소나무의 용도는 다양했다. 춘궁기에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먹고 먹어도 허기진 아이들은 찔레 순이며 찔레꽃이며 칡뿌리, 피비, 참꽃, 야생열매들을 먹으며 고픈 배를 채웠고 그중에는 솔잎 송진도 있었다. 집짓기로도 땔감에도 소나무가 가장 많이 쓰였고 태어났을 때 죽을 때에도 소나무가 가까이 있었다.

응봉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응봉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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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들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울진 응봉산에서 적송들을 만났다. 소나무에 반해 걷고 소나무에 반해 내려왔다. 소나무를 재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소나무에 이토록 반하기는 또 처음이기도 했다. 산행 초입부터 하산 점을 찍을 때까지 소나무에 감탄하며 걸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때는 2016년 1월 첫 정기산행을 앞두고 사전답사 산행 길이었다. 사전답사 산행의 즐거움은 여유로움이고 여백이다. 새로운 산과의 첫 대면에서 오는 낯설음과 시행착오와 고달픔도 있지만 그것조차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사전답사산행이다. 산을 제대로 느끼고 만끽할 수 있다는 것과 조용한 동행 등 후훗. 동행은 나를 포함해 세 사람이니 단촐하고 좋다.

응봉산... 한 번쯤 좌절되지 않은 삶,꿈...어디 있으랴...
▲ 응봉산... 한 번쯤 좌절되지 않은 삶,꿈...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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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부산에서 출발해 7번 국도를 타고 울진으로 진입했다. 덕구온천까지 들어가는 길은 깊고 깊은 산중 골짜기로 들어가는 것을 실감했다. 덕구온천콘도에 도착. 옛재 능선길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서 산불초소를 지나 모랫재를 올라섰다.

오랜 만에 하는 산행이라 몸이 둔하고 무거웠다. 산길은 많은 사람들 발길 닿은 흔적이 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완만하게 이어진 산길에 소나무들이 하늘높이 쭉쭉 뻗어 있어 놀라웠다.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곧게 뻗은 소나무들을 보며 입을 딱 벌렸다. 가도 가도 끝없는 소나무 길이었다. 높은 산에서 하늘 높이 올곧게 자랄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벼랑 끝에 선 나무들은 해를 향해 가지를 한쪽으로 뻗고 있어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에 목숨을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온몸을 비틀며 올라간 나뭇가지들에선 비바람 속에서 고통스럽게 이겨낸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울진 응봉산... 적송 사이로 스며든 빛...
▲ 울진 응봉산... 적송 사이로 스며든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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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응봉산... 소나무고사목...
숱한 세월 속에서 비바람..고통속에 뒤틀린 몸...그 모습 그대로 제 삶을 노래해 온...
▲ 울진 응봉산... 소나무고사목... 숱한 세월 속에서 비바람..고통속에 뒤틀린 몸...그 모습 그대로 제 삶을 노래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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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소나무 고사목들도 보였는데 온몸을 비틀며 올라간 가지들은 고통을 감내하며 지나온 삶을 반증해 주는 듯 보였다. 말이 되지 않은 침묵의 말들을 가지로 자기 삶을 드러내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산길에서 푸른 소나무들을 계속 보는 즐거움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온 걸까. 나무들마다 제각기 제 삶 얘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연신 소나무에 눈길을 거두지 못한 채 걸음을 옮겼다.

제1헬기장, 제2헬기장까지 오는 길은 완만한 산길이었다. 제2헬기장에서도 응봉산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헬기장 공터에 앉아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고 난 후 40분쯤 걸었을까. 잔설이 깔린 가파른 길로 이어지고 곧 응봉산 정상이 드러났다. 응봉산 정상이었다. 산정에 오르자 진눈깨비가 조금 날리다 말았다. 울진 앞바다와 덕구온천이 저만치 보이고 크고 작은 산들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마치 수묵화처럼 무채색 빛을 띠며 펼쳐져 있었다.

응봉산... 높이 높이 솟아 오른 곧은 소나무...
높은 가지들 하늘을 경배하듯 높이 팔을 들고...
▲ 응봉산... 높이 높이 솟아 오른 곧은 소나무... 높은 가지들 하늘을 경배하듯 높이 팔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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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응봉산(998m)은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덕풍리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온정리 사이에 있는 산으로 동해를 굽어보는 산의 모습이 매를 닮았다 하여 예전에는 매봉이라고 불렀다 한다. 산 동쪽 온정골에는 천연 노천온천으로 유명한 덕구온천이 있고 서쪽 용소골에는 여러 개의 폭포와 소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있어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듯했다. 산행코스를 보통 옛재 능선길에서부터 시작해 응봉산 정상을 만나고 계곡 길로 내려오기도 하고, 대부분은 계곡 길 따라 걸어 온천수 원 탕까지 가서 원점회귀 해 온천욕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듯했다.

갈 길이 멀었다. 우리가 올라온 반대쪽 온천 원탕이 있는 계곡 길로 내려가야 했다. 초행이라 시간도 길도 가늠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해는 사라진 지 오래고 날은 흐렸다. 급경사 길로 이어지는 하산 길. 계곡에 닿을 때까지 하산 길은 급하고 가파른 급경사길이라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 번 미끄러지면 부상당하기 십상이겠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금강송들이 푸르고 늠름하게 도열해 있어 가다 서고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멋진 소나무들이 어찌 이다지도 깊은 산속 깊은 데서 있는 걸까. 사람들 눈길 닿지 않는 곳에서 이토록 늠름하고 독야청청한 걸까. 소나무가 이토록 황홀하기는 처음이다.

응봉산... 산정에서 바라 본 산 산들...
▲ 응봉산... 산정에서 바라 본 산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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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길을 한참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계곡에 닿았고 낙엽이 수북이 깔린 계곡 길 따라 걸어 온천 원천수가 퐁퐁 솟아나는 원탕에 닿았다.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 곧 어두워질 것 같은 저녁이라 마음이 바빴다. 계곡길옆에는 온천수가 온천장까지 타고 가는 관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 각국의 유명한 다리이름을 새긴 열 세 개의 교량을 지나야 출발지점에 닿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얼어붙은 용소폭포를 일별했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 사이에 어둠이 깔렸고 저만치 덕구온천장 불빛이 보였다. 꽉 찬 하루, 푸르른 소나무에 황홀해하며 걸었던 산행이었다.

울진 응봉산... 솔 솔 푸른 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 울진 응봉산... 솔 솔 푸른 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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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응봉산 하산길...
끝없이 소나무 벗하고...
▲ 울진 응봉산 하산길... 끝없이 소나무 벗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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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6년 1월 16일(토) 맑음
2. 산행: 이명화 외 3명/ 1월 답사산행
3. 산행시간: 6시간
4. 진행: 옛재능선길 입구(11:00)-모랫재(11:35)-제1헬기장(12:15)-제2헬기장(1:25)-
점심식사 후 출발(2:10)-응봉산정상(3:00)-하산(3:20)-조망데크(3:50)-효자샘(5:11)-
삼거리(5:25)_용소폭포(5:35)-덕구온천 콘도(5:50)



#울진 응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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