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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소환 제도에 고쳐야 할 게 많다. 현재 제도는 서명 등에 있어 주민소환을 까다롭게 하고, 예산낭비 요소도 많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1월 사이 경남에서는 주민소환이 최대 쟁점이었고, 보기 드문 상황들이 벌어졌다. 경남도지사(홍준표)와 경남도교육감(박종훈)의 주민소환 투표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동시에 벌어졌다.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동시 주민소환 서명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규모 허위서명 사건이 들통나면서 또 한 번 충격을 줬다. 서명중단 선언이 있었고, 그동안 받아놓았던 서명부를 자체 폐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서명운동 과정에서 들어갔던 예산을 회수할 방법도 없어 예산 낭비마저 된 셈이다.

한 학부모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홍준표 주민소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 학부모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홍준표 주민소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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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은 지난해 7~11월 사이 벌어졌고, 서명부 36만부는 이미 경남선관위에 제출되어 있다. '진주의료원 폐원'과 '무상급식 중단', '성완종 게이트' 등의 이유로 학부모와 시민단체, 야권이 홍 지사 주민소환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자 보수단체와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 지지자들은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를 결성해 지난해 9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22일, 2만 4000여 명의 이름·생년월일·주소가 담긴 주소록을 두고 돌려쓰는 방법으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를 작성하는 현장이 선관위에 적발되었다.

허위 서명부 작성사건에는 홍 지사와 외곽조직인 대호산악회가 연루되었다. 경찰은 대호산악회 회원 2명과 지회장 1명, 그리고 홍 지사의 최측근인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현재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 사건이 벌어지자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는 서명운동 마감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서명 중단'을 선언했다. 또 이들은 서명부 제출 마감일인 지난 21일까지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았고, 자진 폐기 처분했다.

경남선관위는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서명부를 받은 상태로, 투표 실시 여부는 총선(4월 13일)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치단체장 주민소환은 해당 지역 유권자의 10% 이상(경남 26만 7000명)이 유효 서명해야 투표를 실시할 수 있고, 1/3 이상이 투표해 절반 이상 찬성해야 한다.

서명운동 중단 관련 예산 회수 방안은?

한편,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가 예산낭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51만 부의 서명을 받았다고 했지만, 이를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고 폐기처분했다.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용지는 선관위가 인쇄해 주민소환추진본부에 전달했다. 서명용지는 10명과 50명을 적을 수 있는 2개 종류였고, 용지 1장에는 같은 읍면동 소속 유권자만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선관위는 경남지역 전체 유권자 숫자보다 약간 많은 290만 명분의 서명부를 주었고, 용지 숫자로 따지면 27만 8000장 정도다. 이는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용지 인쇄용지 수와 비슷하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용지 인쇄에 들어간 예산만 총 1910만 원이다.

주민소환과 관련해 들어가는 예산은 해당 자치단체(교육청)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선관위는 교육청으로부터 3억 900만 원의 예산을 우선 받았고, 실행예산으로 먼저 인쇄비용과 주민소환 업무 출장비용 등에 썼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이 중단되면서 이 예산만 날리게 된 셈이다.

선관위는 서명용지 인쇄비와 출장비 등에 쓴 돈을 제외하고 남은 예산은 정산해서 교육청에 돌려주어야 한다. 서명용지 인쇄비 등에 들어간 예산을 회수할 수는 없다. 주민소환법에는 서명 중단에 따른 비용 회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선관위 김종대 지도과장은 "결과적으로 서명 중단이 혈세를 낭비하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비용 회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공직선거에 있어서는 자부담을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주민소환을 추진하다 중단했던 측에 비용을 회수하는 것도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용지에 같은 읍면동 유권자만 적도록 한 것은 행정편의"

낭비요소도 있다. 주민소환 서명용지에는 같은 읍면동 유권자만 적도록 되어 있다. 서명용지에는 10명과 50명이 적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같은 읍면동이 아닐 경우 한 장에 한 명만 적는 경우가 많다.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 강성진 집행위원장은 "거리에서 서명을 받아보면 같은 읍면동 유권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대부분 다르다. 그렇게 되면 한 용지에 한 명만 적는 경우가 많다"며 "선관위에서 서명용지를 많이 인쇄해 달라고 해서 논란을 벌였던 적이 있는데, 이는 현장에서 서명을 받아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운동본부는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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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하면 선관위가 주민등록지별로 가려내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왜 굳이 처음 서명을 받을 때부터 읍면동을 구분해서 받도록 하는지 모르겠고, 그것은 행정편의 때문으로 보인다"며 "서명을 시·군 구분해서 적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읍면동 구분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고 예산낭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지도과장은 개인적인 견해라며 "읍면동 구별을 하도록 한 것은 행정편의 같지만, 업무의 효율을 위해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임인증'도 지적을 받고 있다. 수임인은 주민소환 투표청구인 대표자를 대신해서 서명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면서 수임인이 아닌 사람이 서명을 받아 경찰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또 공무원과 마을이장 등은 수임인이 될 수 없는데 남해군청 과장은 동료 공무원한테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을 받아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수임인증은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측에서 받아 선관위에 신청하면, 선관위가 주민등록과 신분을 확인해 수임인증을 교부한다. 수임인증은 A4용지 크기로, 서명을 받는 수임인은 이를 항상 갖고 있거나 서명대에 비치해야 한다.

강성진 집행위원장은 "수임인증을 A4용지 크기로 하지 말고, 공직선거 때 선거사무원들이 사용하는 표찰처럼 인적사항까지 적어서 교부해서 목에 걸거나 지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서명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시비 거리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 그는 "서명용지에 보면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적고 난 뒤에 맨 마지막 칸에 다시 본인 서명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서명을 하다 보면 이름을 적지 않고 사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경우 수임인이 일일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다시 적도록 하는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진 집행위원장은 "서명운동을 할 때는 확성기나 홍보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육성으로만 하도록 되어 있다. 공직선거 때처럼 어느 정도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제도는 주민소환을 못하도록 여러 가지 사항에 걸쳐 매우 까다롭게 해놓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지도과장은 "공직선거에서도 예비후보는 확성기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제한을 둔다. 주민소환은 투표를 실시하기로 확정되었을 경우 투표운동기간이 정해지는데 그 때는 확성기 사용 등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거가 끝나고 나면 중앙선관위나 국회 차원에서 주민소환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안다"며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그 때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태그:#주민소환, #홍준표 지사, #박종훈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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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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