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전·충남 9개 대학 전 총학생회장 및 50여 명이 윤석대 새누리당 예비후보(서구을)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 9개 대학 전 총학생회장 및 50여 명이 윤석대 새누리당 예비후보(서구을) 지지선언을 하고 있다. ⓒ 팡팡뉴스 캡처

지난 18일 새누리당 대전시당사에서 충남대, 한남대, 한밭대 등 지역 9개 대학 전직 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 출신 학생대표들이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윤석대 새누리당 예비후보(대전 서구을)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실 이런 식의 '특정 후보 지지' 기자회견은 매 선거마다 적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달성하려 드는 이러한 행위로 인해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지지 선언을 했던 학생대표들의 해당 학교 소속 학생들이 집단 항의를 하는 등(관련 기사: "이명박 지지? 대학 이미지 실추됐으니 배상하라") 학생대표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으로 인한 문제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필자 또한 윤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처럼, 지난 한 해 학생대표로서 일했다. 그래서 많게는 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표했던 이들이 별다른 절차와 고민 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 11월 28일, 42개 대학 총학생회장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힘내세요 I ♥ MB 우리가 있어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이명박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현역 총학회장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선언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라는 주장과 객관적이고 신중한 학생들의 태도는 아니다는 비판 등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2007년 11월 28일, 42개 대학 총학생회장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힘내세요 I ♥ MB 우리가 있어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이명박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현역 총학회장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선언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라는 주장과 객관적이고 신중한 학생들의 태도는 아니다는 비판 등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청년, 특히나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는 매우 중요하며 학생대표들이 학생들에게 정치 참여를 권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정치 참여'의 방식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각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과 선호정책, 지지정당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한 대학을 대표하는 (혹은 대표했던)사람들이 위와 같은 집단행동을 한다면 이는 '학생사회 전체의 지지'로 사회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결국 개별 학생들의 정치적 자율성은 묵살되는 것이다.

기성정당들의 문제도 크다. 평소에는 청년, 대학생들에게 무관심 하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앞다투어 각 학교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대표들에게 '선거 운동용' 러브콜을 보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여러 정당에서 청년위원장, 대학생위원장 등 보여주기 식 자리에 추천을 받았었다. 선거캠프 참여 요구 또한 여럿 있었다. 단순히 '학생회장'이라는 '간판'만 보고 '이용'하기 에만 급급한 모습들이 역력했다. 정당들이 학생대표들을 이런 자리에 앉히고 싶은 이유는 바로 선거 때 젊은 층들을 공략할 '얼굴마담'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좋은 정책과 진심으로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하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선 개인적 지지와 응원 정도로 그쳐야지, 자신의 학생회장 직함을 이용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자신들을 대표로 선택해준 학생들을 역이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방식의 일방적인 정치참여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하는 '정책 논의' 중심의 정치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장학금 선발문제, 학자금 대출 금리 문제, 학생 주거권 문제, 등록금 문제, 사립재단법인 전입금 문제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대학생들에게는 수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학생들과 함께 개발, 연구하며 이것을 선거에 입후보하는 후보들과 각 정당에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정책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는 게 진정 학생들을 위한 정치참여의 모범이라 할 것이다.

단순히 선거 때 잠깐 이용·동원 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 정치권에 제안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 학생대표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제발 더 이상 학생들이 위임해준 소중한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는 학생대표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박명원 시민기자는 2015학년도 청주대학교 총학생회장입니다.



#정치참여#대학생
댓글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