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슬람 사원 방문을 보도하는 CBS 뉴스 갈무리.
ⓒ CBS	관련사진보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찾았다.

ABC,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볼티모어 이슬람 소사이어티'를 방문해 미국 무슬림 지도자들과 회동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사원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신발을 벗고 사원에 들어선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최근 미국의 무슬림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정치적 비난을 듣고 있다"라며 "이런 언사들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라고 반(反)무슬림 여론을 비판했다. 

특정한 인사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슬람 전체를 테러 세력과 연결시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특정 신앙 공격은 모든 신앙 공격하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한 신앙을 공격하는 것이 모든 신앙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며 "특정 종파를 향해 편협한 공격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단결을 해치기 때문에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화나 방송이 무슬림을 굉장히 왜곡하여 묘사하고 있다"라며 "9·11 테러, 최근 파리 테러와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때문에 테러와 신앙을 뒤섞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토머스 제퍼슨, 존 애덤스 등 전직 대통령들도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거론하며 "미국에서 이슬람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미국 무슬림들이 건국을 돕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고한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어떤 신앙과도 맞지 않는다"라며 "무슬람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무슬림도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극단주의 격퇴를 위한 무슬림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무슬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악화되자 종교적 관용과 사회 통합을 호소하기 위해 이슬람 사원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뉴욕과 워싱턴의 이슬람 문화센터를 방문해 무슬림 비난 여론 차단에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