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썰전 로고
썰전 로고 ⓒ JTBC

유머는 늘었지만 덜어진 날카로움이 못내 아쉽다. 균형 잡힌 시각과 완성된 논리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안정돼가는 느낌을 주지만, 좋은 재료들의 활용이 여전히 2% 부족한 느낌이다.

<썰전> 152회는 김무성 대표의 발언들과 이희호 여사와 안철수 의원 사이의 녹취록 논란, 김종인 박사에 대한 비판, 인천 공항 '난민' 사태, 그리고 이란 경제 제재 해제와 관련해 논의가 진행됐다.

방송의 큰 줄기를 차지했던 것은 아무래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희호-안철수 간 녹취록 공방, 김종인 비대위원장 등 정치계 인물들의 말에 대한 것이었다. 인상 깊은 지점은 4회에 걸친 방송을 통해 뚜렷해지는 유시민과 전원책의 정치에 대한 견해의 차이였다.

전원책 변호사가 원칙론에 입각한 정당 민주주의적 입장을 내세운다면, 유시민 작가는 오히려 현실 정치적 논리와 정치적 생리에 입각한 주장을 펼칠 때가 많다.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기존의 한국 정치의 논의에서 보수 정치인들이 현실 타협적 모습을, 진보 정치인들이 원칙과 소신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비추어 보자. 그럴 때 두 사람의 정치에 대한 견해는 분명 기존 한국 정치인들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특성이 정치적 스탠스와 함께 섞이게 되면서 정치적 논의의 풍부함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다소 산만하지만 생각할 요소 많아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흘러가는 토론은 다소 산만하지만 동시에 생각해볼만한 요소들을 많이 던진다. 김무성 대표의 '조선족 발언'에 대한 논의가 독일의 저출산 얘기로까지 번져나가는 등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기사로 건조하게 시사를 접할 때는 얻을 수 없는 생각의 여지들을 준다.

이제는 전원책의 전매특허처럼 작용하는 돌직구 발언들은 이번 방송도 예외가 아니었다. 안철수의 정치에 대해 '좀비정치'라고 일갈해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전원책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유시민이 보여준 정치 현상에 대한 분석 역시 명쾌함을 잃지 않았다. 김종인 영입에 대한 기존 더민주 지지세력의 적은 거부반응에 대한 분석은, 그의 현실 정치 참여 경험이 뒷받침되면서 정치적 생리에 대한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공항 난민' 이야기로 촉발된 항공 문제 이야기는 전원책과 유시민을 패널로 영입한 것의 강점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자 두 패널은 일련의 사태들에서 나타난 시스템의 맹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성역이 없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다.

보안 관련 직원 2300여 명이 파견직 비정규직이란 사실을 전달하며 이들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전원책이 열변을 토할 때, 이 당연한 주장에 대한 묘한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졌다. 한국 사회가 상식조차도 정치 논리에 의해 묻어버리는 비상식의 사회란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재료 좋은 <썰전>, 날카로움 살려야

다만 국제 영역의 대한 논의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남는다.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부족한 국제 영역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안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토의) 대신 정보 전달 위주로 갈무리되는 현상을 이번 방송 역시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관련 논의가 결국 북핵 문제로 연결 돼 논의가 마무리 되는 것은, 분명 두 주제간 연관성이 있음에도 불구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수집된 정보 이상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불가능해지면, 결국 한국의 정치 이슈로 연결되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  

예능 요소가 강조되면서 부드러워졌다는 장점에는, 치밀함과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덜해 보인다는 반작용이 뒤따른다. 전원책의 '새타령'이나 유시민의 연기, 간간히 섞이는 유머들은 새 패널 투입 이후 <썰전>이 예능으로 정착하는 데에는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유시민과 전원책의 투입에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두 논객 간 첨예한 논쟁, 논리의 날카로움은 상대적으로 덜해졌다.

보기 편해진 대신, 논리가 치열하게 대립할 때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나올 여지가 적어진 것이다. 부드러움과 강함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줄 수 있는 MC 김구라의 역할이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시청률은 오르고 있다. 여전히 재료는 좋다. 예능의 재미 또한 기대 이상이다. 다만 <썰전>에 대한 기대가 예능인 동시에 시사 프로그램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시사 예능의 날카로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석구 시민기자가 속한 팀블로그(byulnight.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썰전#썰전 152회#유시민 전원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