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종종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며 흔들리는 자신을 만난다. 따분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텅 빈 눈으로 형광등을 쳐다보면 '도대체 나는 왜 사는 거지?'라는 존재의의 자체를 흔드는 질문도 하게 된다. 삶의 확고한 그림을 그리지 못한 사람은 항상 흔들린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항상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면 자신의 삶을 좀처럼 살아갈 수 없다. 남만큼 공부하고, 남만큼 벌고, 남만큼 입고, 남만큼. 언제나 남만큼 하려다 우리의 삶은 단단해지지 못한다. 작은 바람에 흩어져 사라지는 삶이 되어버린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무작정 흔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흔들리는 과정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잡아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이며, 무엇을 할 것이며, 지금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이유를 모르면, 절대 단단해질 수 없다.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는 일본의 유명한 멘토 사이토 다카시가 들려주는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과연 단단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걸까?'는 질문을 나에게 해보았다. 그동안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고자 했던 나는 과연 단단하게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질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하고자 애썼다. 하고 싶은 일 중에서 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꼈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스스로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는 종종 '이렇게 살아가도 되는 걸까?', '나는 잘살고 있는 걸까?'는 의문에 셀 수 없이 흔들렸다.
살아가는 데에 자신감을 가지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늘 남과 비교를 당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라 '저 집 애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벌써 공무원 합격했다고 하더라. 너도 공무원 시험이나 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있어도 우리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이런 흔들림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면 주눅이 들어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욕심에 치우친 선택이었다'라며 때때로 흔들리는데,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
괴테는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에서, 괴테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을 아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요.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고 최고를 목표로 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은 가능하겠죠.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가 <매니지먼트>에서 말한 장점은 분명 사람들마다 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장정을 만드는 것이 DNA인지 가정환경인지는 잘 모르지만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면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부어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 결과 일류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장점으로 승부했다는 생각이 남기 때문에 불안에 빠지지 않습니다. 장점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본문 102)우리가 삶의 선택에 흔들리는 이유는 그 선택지가 최선의 선택지라고 믿지 못하는 것에 있다. 결과 지상주의가 강한 한국에서는 언제나 선택에 대한 결과를 강요받는데, 굳이 그 결과가 꼭 1등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1등이 아니라 꼴등이라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은 대게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를 비판하는 기성세대의 '노력해서 안 되면, 노오오오오력을 해야지'이라는 말도 그런 취지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일이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어떤 선택지에서 우리가 흔들리는 이유는 단단한 나만의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갈팡질팡한다. 그렇게 선택한 선택지로 직장을 결정하거나 배우자를 골랐다면,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가 진짜 선택한 선택지가 아니라 믿음이 없으니까.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 저자 다카시는 우리가 종교를 갖게 되면 단단해지는 이유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굳이 종교가 없는데 종교를 꼭 가질 필요는 없다. 저자는 종교가 아니라 취미 생활을 하거나 최후의 수단으로 반려동물을 선택해도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존재를 확실히 자각할 수 없어 붕 떠 있는 느낌이 들 때나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 때는 취미나 특기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취미나 특기는 인생의 돌파구가 되어줄 겁니다. 설령 서툴다 하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법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피터 드러커도 장점을 살리라고 했습니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아무래도 흥이 나지 않게 마련인데, 좋아하는 일을 할 때면 들어오는 스위치 같은 게 있어서 그 스위치가 켜지면 갑자기 생기가 넘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힘이 발휘되고 있다는 실감을 가질 수 잇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 특기를 만들고 솜씨를 연마하다 보면 어느새 그 시간 자체가 충실해집니다. (본문 144)우리는 종종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놀 때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노는 시간에 책이라고 한 권 읽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강의를 듣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흔들린다. 그럴 때는 그냥 웃으며 노는 것도 좋지만, 충실한 취미 생활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
나는 한국 사람이 유독 자살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취미 생활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맞는 고독한 시간을 채우는 시간이 혼자서 멍하니 보내거나 술을 마시는 일밖에 없으니 의지할 곳이 없어 쉽사리 흔들리다 뿌리째 꺾여버리는 것이 아닐까? 술은 절대 마음을 채워주지 않는다.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우리가 사는 의미와 함께 왜 우리가 걱정과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먼저 말한다. 이어서 단단해지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스무 가지 방법을 말한다. 취미 생활은 그 스무 가지 중 하나다.
블로그 생활을 하면서 나도 정말 많이 흔들렸고, 지금도 종종 흔들린다. 나와 상관없는 남의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넌 그렇게 잘났어? 네가 뭘 할 수 있어?'이라는 괴로운 자책을 하게 하고, 주변 사람이 하는 비교가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했다. 그래도 나는 버티면서 조금씩 단단해졌다고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쉽사리 흔들리는 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람에 뚝 뿌려지는 흔들림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지 못한다. 흔들려도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게 우리가 삶을 단단하게 산다는 게 아닐까?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를 읽는 동안 다시 한 번 삶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머릿속에는 많은 고민이 있지만, 역시 나의 선택을 믿고 에너지를 다 쏟을 정도로 노력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 선택은 다른 사람이 억지로 하게 한 선택이 아니라 내 선택이니까.
우리는 내 삶에서 내가 선택해야 비로소 단단해질 수 있다. 매번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은 직접 선택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다. 언제나 어른들이 선택한 목표와 꿈을 바라보았다. 지금 삶의 의미가 흔들린다면, 내가 선택한 일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자.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일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다시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말자.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다. 오늘 하루가 당신의 마지막 날의 첫날이라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단단해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