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이 있어서 말씀을 명확히 드리지는 않겠습니다만, 여러분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아시겠죠?"부산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무원 신분임을 강조하며 민감한 주제는 웃어넘겼다. 하지만 복지예산 편성 등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는 문제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2일 저녁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정책연구소인 오륙도연구소가 마련한 더민주아카데미 제3회 공개강좌에서였다.
박 시장은 서울시 행정의 핵심에 '소통'이 있음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바라는대로 해드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소통 노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했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 편성 과정에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빚은 갈등과 관련해 "소통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대통령께서 (교육감 회의를) 소집하셔서 근본적인 해결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와 법정 대결로까지 치닫고 있는 청년수당 문제에 대한 소신도 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 기본법을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정책에 제동에 걸고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의) 진실을 알면 99%는 저희를 지지할 것"이라며 "청년들 의견을 들어서 만든 것이고, 긴 세월에 걸쳐서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시장님 조찬하면서 의논 좀 해봅시다' 그러면 될 것을 왜 법정으로 가나"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경제민주화, 약속대로 안 한 걸 내가 확실히 하겠다"
박 시장은 서울의 일자리 정책을 소개하면서는 하루 전 발표한 '경제민주화특별도시 서울' 선언에 비중을 두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 선언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고있다. 박 시장은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던 새누리당을 의식한 듯 "누가 약속대로 안 한 걸 제가 확실하게 하겠다"고 말했고,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박 시장은 복지가 포퓰리즘이라는 여당의 공세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서울이) 6조 원을 복지예산으로 썼더니 14만 개의 일자리와 12조 원의 경제 창출 효과가 생겼다"면서 "북유럽 복지국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를 낭비라고,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분들은 믿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쇄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도시처럼 50억 적자 본다고 (공공의료원을) 문 닫으면 되겠나"라면서 "적어도 서울시 안에서는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게 제 취임 일성이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에는 부산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의 '제24회 한국지방분권포럼·제1회 광역자치단체장 초청 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공약사업이 지방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지방정부 재정이 확충되고 조직운영에 자율권이 강화되도록 중앙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지방소비세를 현재 11%에서 20% 이상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 지방 재정 확충을 요구했다.
13일까지 부산에 머물며 도시재생 사업지를 둘러볼 예정인 박 시장은 14일에는 대구로 이동해 지역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