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등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자신의 '통일대박론'을 포기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연설을 앞두고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한 여야 지도부 등과의 비공개 환담 때의 일이다. 이 자리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 국회부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 과정 중에 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런 상황을 설명 드리고 협조를 당부 드리기 위해 왔다"라면서 협조를 당부했다. 또 "안보상황도 심각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간이 지나가면 의미가 없다"라면서 조속한 쟁점법안 처리도 당부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에게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등 갑작스런 대북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일대박에서 개성공단 폐쇄로 너무 왔다 갔다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북한의) 핵실험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미사일 발사도 다 예고돼 있던 상황인데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 전략으로 갑작스럽게 돌아선 데 대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에 대해서도 열병식에 참석해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다른 과감한 행보를 보이다가 지금은 사드 배치 등 미국 쪽으로 너무 편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듯 한 모습을 자꾸 보이는 것은 국민들한테 불안하게 비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이란 건 통일됐을 때 밝은 미래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며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상에서의 단호한 대처, 핵 위기 극복을 위한 단호한 대처 같은 것과는 모순되는 얘기가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아울러 자신이 내세웠던 대북정책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관련, "이 신뢰는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믿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신뢰는 순진한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응징하면서 대화의 끈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에 개성공단 중단조치로 맞대응하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인데도 이를 '통일대박'을 향한 '경로'라고 강변한 것이다. 오히려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한 북한 체제 붕괴로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도 읽힌다.
김종인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단 점 참작해서 협상 잘 해야"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란 긴급한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주셔야 한다"라는 김종인 대표의 요구엔 "그래서 오늘 국회에 온 것"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개성공단 잠정폐쇄 당시를 거론하며 "다른 어떤 논리도 국민 안위를 넘어설 수가 없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무기는 고도화되는데 이를 방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 중국이 북한을 버릴 수 없다는 점, 중국은 바깥으로 하는 언급과 속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참작해서 정부가 중국과 협상을 잘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충고엔 "중국과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가 참 중요하다, 한국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더욱 선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쟁점법안 중에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만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테러분자들이 우리나라에 잠입해서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입법 처리를 주문했다. 또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테러 관련 정보수집권을 국가정보원에 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정원이 불법활동을 통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는데 결국 또 다시 새로운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민안전처를 대테러 정보수집 기능을 갖춘 새로운 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비공개 환담 후에도 김종인 대표와만 따로 3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와 관련, 김성수 대변인은 "김 대표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왜 개성공단 중단결정을 갑작스럽게 했는지 소상하게 설명해달라고, 그 얘기를 길게 하셨다는데 대통령은 특별한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