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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합류를 발표하기 위해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함께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합류를 발표하기 위해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함께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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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의 '입당설'이 흘러나온 건 오래된 일이지만 그 시기가 늦어지면서 여러 해석이 나왔다.

특히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저울질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 교수의 입당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 교수는 중도보수노선이 분명해 대북정책과 노동문제에 진보적인 정 전 의원과는 여러 면에서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입당 하루 전인 16일 <한겨레>인터뷰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오면 당에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정 전 의원이 자신의 지론을 유지하고 이를 국민의당 당론으로 확정시키겠다고 하면 내가 합류할 수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이 교수를 영입한 국민의당은 정 전 의원과는 한 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향후 국민의당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대북정책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우선 보수의 색깔이 뚜렷한 이 교수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의 '중도노선'이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다.

당장 이 교수는 입당과 동시에 당의 대북정책 기조 재검토를 천명하면서 당 노선 논쟁에 불을 지폈다. 국민의당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고, 대북정책에서는 '햇볕정책 계승'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 교수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노태우 정부 때 비핵화선언, 김영삼 정부 때 제네바합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햇볕정책,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비핵개방과 신뢰프로세스 모두 실패했다"라며 "국민의당은 그 부분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다는 말을 멈추게 하고 "어떤 정부의 정책이 100% 성공했다거나 실패라고 말할 수 없고 공과 과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 교수의 발언이 민주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는 해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하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17일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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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도 이어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이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라고 재차 설명했지만, 햇볕정책에 관한 기존 당의 태도와는 분명히 다른 기류가 전해졌다.

이러한 흐름은 국민의당이 보수층으로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게는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아직 안철수-천정배-김한길 등 당의 주도세력 사이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 교수가 4대강 사업에 앞장서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당의 정체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국민의당에는 현재 정용화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지지한 인사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이는 앞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가 통합되면서 '호남정치복원'을 앞세웠던 천정배 공동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호남지역 의원들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러한 우려에 이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에 있었다고 해서 다 4대강 사업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며 "과거의 부분은 의식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운하반대교수모임의 좌장으로 4대강 사업 관련 국민소송을 주도하는 등 반대운동을 이끌어 왔다.

안철수 "급한 건 양당 기득권 체제 깨는 것"

여기에 최종적으로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가 불발될 경우 국민의당의 전북지역 교두보가 약화될 수 있다.

정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이나 독자 출마를 선택할 경우 전북지역에서는 야 3당이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국민의당에는 전북에서 유성엽, 김관영 의원이 결합해 있지만 더민주 전북 의원들이 잔류를 결정하면서 세력 확대가 정체돼 있는 상태다.

국민의당은 아직까지 호남에서는 더민주에 근소한 차로 앞서는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러나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초기 컨벤션효과가 사라지면서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더민주에 한참 밀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합류는 호남에 머물고 있는 지지를 북상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돼 왔다. 안 공동대표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에는 북한에 대해 강경한 사람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중요하고 급한 과제는 양당 기득권 담합체제를 깨는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정 전 의원 영입이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까지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 교수 영입과 당의 보수화는 그의 선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 전 의원 측근 사이에서는 국민의당에 입당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정 전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독자세력화에 무게를 두는 면이) 많이 있다"면서 "(그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에 간다는 그간의 보도들은 완전히 오보"라며 "그들(국민의당)의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의 측근인 임종인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다"라며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아직 고심 중인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오는 21일에 자신의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태그:#이상돈, #안철수 , #정동영, #천정배,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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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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