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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아주 재미있는 동영상을 한 개 보았다.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한국의 한 수험생에게 받은 편지와 과자 상자를 공개하며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라고 발언한 동영상이다. 실제로 코난은 한국에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코난에게 편지를 쓴 수험생은 영어와 한글로 두 장의 편지를 보냈었다. 만약 그녀가 영어로 편지를 적지 않았다면, 과연 코난이 그의 프로그램에서 이 일을 언급할 수 있었을까? 어디까지 가정의 문제이지만, 우리는 이번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영어를 할 줄 알면 굉장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장점이 있다. 특히, 손가락으로 간단한 터치 몇 번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요즘은 영어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홍수 같은 자료가 나온다.

그래서 영어는 정말 매력적인 언어 중 하나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우리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기회를 잡으려는 방법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이유, 성인이 되어서도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기회의 편차에 있다고 생각한다.

 코난 오브라이언
코난 오브라이언 ⓒ @CoCo Team youtube

하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모자란 것보다 못한 법이다. 우리는 영어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무조건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겼고, '영어 만능주의'라고 말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어는 취업과 졸업과 진학에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버렸다.

많은 학생이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에 다니고, 심지어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는 아이도 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전혀 놀라운 소식이 아니다. 지금도 대학가에서는 토익, 토플 시험 등을 치기 위해서 영어 공부에 아등바등하고, 직장에 다니더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고자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영어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자 일부 대학교에서는 아예 일정 토익 점수를 받아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내가 긴 휴학 끝에 올해 복학할 예정인 대학교에서도 이 같은 제도가 있었다. 나는 복학을 앞두고 학과 사무실에서 이런 설명을 들으며 정말 답답했다.

아무리 외국어 대학교라고 하더라도 왜 나와 상관없는 분야의 점수를 받아야 하는 걸까? 더욱이 일정 점수를 획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명백히,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자 학교 측에서 지나치게 학생의 규율을 매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영어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걸까?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 입사할 때도 자신의 분야와 영어가 큰 관련성이 없어도 몇 점 이상의 토익 점수를 요구한다고 한다. 영어에 대한 집착이 과잉 스펙 사회를 부른 게 아닐까?

취업하기 위해서 토익 점수가 이렇게 당연하게 요구를 받다 보니, 많은 대학생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사용해서 토익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를 배운다. 외국인과 마주 앉아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어가 아니라 시험에서 일찍 정답을 찍고,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영어를 말이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만약 일정 토익 점수를 채우지 않는다면, 특정 영어 강의를 이수해야 한다'는 다른 충족 조건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 부분도 학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높은 토익 점수가 있으면 취업이 잘 되니까 학교에서 취업률을 높이고자 하는 욕심이 너무 크다.

단순히 외국어 대학교이니 영어 토익 점수가 고득점, 혹은 특정 강의를 통해 커리큘럼을 거쳐야 한다는 말에 크게 반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나는 일본어학과이기에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에도 벅찬데, 영어까지 함께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전공'도 아닌데도 졸업을 위해 토익을 공부해야 한다니!

이것은 전제부터 잘못된 제도다. 학교에서 소속 학생에게 특정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은 있겠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어 만능주의, 토익 점수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취급당하는 현시점에서 이런 의무 아닌 의무 같은 제도에 반대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토익 점수 인증 대학 졸업제도, 무조건 토익 점수가 있어야 취업할 수 있는 사회. 이 모든 게 개인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제도와 방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자율적 학습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은 절대 좋은 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토익#영어#영어 공부#토익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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